그 이 야기에 의지하면 대략 그의 경력이 이러하였습니다.그의 어머니는 그를 밴 뒤에 곧 자기의 친정에서 쫓겨 나왔습니다.그때부터 그의 가난함은 시작되었습니다.그러나 교양이 있고 어진 그의 어머니는 품팔이를 할지언정 성수는 곱게 길렀습니다.변변 치는 않으나마 오르간 하나를 준비하여 두고,그가 잠자렬 때에는 슈베르트의 ‘자장가’로 써 그의 잠을 도왔으며 아침에 깰 때는 하루 종일 유쾌히 지내게 하기 위하여 도 랜드의 ‘ 세컨드 왈츠’로써 그의 원기를 돋우었습니다. 그는 세 살 났을 적에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오르간을 장난하여 보았습니다. 이 오르간을 장난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근근이 돈을 모아서 그가 여섯 살 나는 해에 피아노를 하나 샀 습니다. 아침에는 새소리, 바람에 버석거리는 포플러잎, 어머니의 사랑, 부엌에서 국 끓는 소리, 이 러한 모든 것이 이 소년에게는 신비스럽고도 다정스러워 그는 피아노에 향하여 앉아서 생 각나는 대로 키를 두드리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고이 소학과 중학도 마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음악에 대한 동경은 그의 가슴에 터질 듯이 쌓였습니다. 중학을 졸업한 뒤에는 인젠 어머니를 위하여 그는 학업을 중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어떤 공장의 직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진 어머니의 교육 아래서 길러난 그는 비 록 직공은 되었다 하나 아주 온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집착은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비록 돈이 없어서 정식으로 음악교육 은 못 받을망정 거리에서 손님을 끄느라고 틀어 놓은 유성기 앞이며 또는 일요일날 예배당 에서 찬양대의 노래에 젊은 가슴을 뛰놀리던 그이었습니다. 집에서는 피아노 앞을 떠나 본 일이 없었습니다. 때때로 비상한 감흥으로 오선지를 내어놓고 음보를 그려 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만치 뛰놀던 열정과 터질 듯한 감격도 음보로 그려 놓으면 아무 긴 장도 없는 싱거운 음계가 되어 버리고 하였습니다. 왜?그만치 천분이 있고 그만치 열정이 있던 그에게서 왜 그런 재와 같은 음악만 나왔느냐고 물으실 테지요.거기 대하여서는 이 따가 설명하리다. 감격과 불만 열정과 재,비상한 흥분과 그 흥분에 대한 반비례되는 시원치 않은 결과 이러 한 불만의 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문득 몹쓸 병에 걸렸습니다. 자양과 약값,그의 몇 해를 근근이 모았던 돈은 차차 줄기 시작하였습니다.조금이라도 안 락한 생활이 되기만 하면 정식으로 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으려고 모아 두었던 저금은 그의 어머니의 병에 다 들어갔습니다.그러나 그의 어머니의 병은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그와 내가 그 예배당에서 만나기 전 해 여름 어떤 날,그의 어머니는 도저히 회 복할 가망이 없는 중태에까지 빠지게 되었습니다.그러나 그때는 벌써 그에게는 돈이라고 는 다 떨어진 때였습니다. 그날 아침,그는 위독한 어머니를 버려 두고 역시 공장에를 갔습니다.그러나 아무리 하여 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일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그때는 어머니는 벌 써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그는 황급히 다시 뛰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어디로?무얼 하러?뜻없이 뛰어나와서 한참 달음박질하다가,그는 문득 정신을 차 리고 의사라도 청할 양으로 히끈 돌아섰습니다. 그때였습니다.아까 내가 말한 바 ‘기회’라는 것이 그때에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그것은 조그만 담뱃가게 앞이었는데 가게와 안방과의 새의 문은 닫겨 있고 안에는 미상불 사람이 있을지나 가게를 보는 사람은 눈에 안 띄었습니다.그리고 그 담배 상자 위에는 오십 전짜 리 은전 한 닢과 동전 몇 닢이 놓여 있었습니다.그는 자기로도 무엇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의사를 청하여 오려면,다만 몇십 전이라도 돈 이 있어야겠단 어렴풋한 생각만 가지고 있던 그는,한번 사면을 살핀 뒤에 벼락같이 그 돈 을 쥐고 달아났습니다.그러나 그는 이십 간도 뛰지 못하여 따라오는 그 집 사람에게 붙들렸습니다.그는 몇 번을 사정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자기의 어머니가 명재경각이니,한 시간만 놓아 주면 의사를 어머니에게 보내고 다시 오마고까지 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그런 말은 모 두 헛소리로 돌아가고, 그는 마침내 경찰서로 가게 되었습니다.경찰서에서 재판소로 재판소에서 감옥으로―--- 이러한 여섯 달 동안에 그는 이를 갈면서 분해하였습니다.자기 어머니의 운명이 어찌 되었나. 그는 손과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안타 까워했습니다.만약 세상을 떠났다 하면 떠나는 순간에 얼마나 자기를 찾았겠습니까.임종 에도 물 한 잔 떠넣어 줄 사람이 없는 어머니였습니다. 애타하는 그 모양,목말라하는 그 모양을 생각하고는 그 어머니에게 지지 않게 자기도 애타하고 목말라했습니다.반 년 뒤에 겨우 광명한 세상에 나와서 자기의 오막살이를 찾아가매 거기는 벌써 다른 사 람이 들어 있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반 년 전에 아들을 찾으며 길에까지 기어나와서 죽었다 합니다. 공동묘지를 가보았으나 분묘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갈 곳이 없이 헤매던 그는 그날도 역시 잘 곳을 찾으러 헤매다가 그 예배당(나하 고 만난)까지 뛰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 여기까지 이야기해 오던 K씨는 문득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마도로스 파이프를 꺼내어 담배 를 피워 가지고 빨면서 모씨에게 향하였다. “선생은 이제 내가 이야기한 가운데 모순된 점을 발견 못 하셨습니까?” “글쎄요.” “그럼 내가 대신 물으리다.백성수는 그만치 천분이 많은 음악가였었는데 왜 그 광염 소나 타(그날 밤의 소나타를 ‘광염 소나타’라고 그랬습니다)를 짓기 전에는 그만치 흥분되고 긴 장되었다가도 일단 음보로 만들어 놓으면 아주 힘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했겠습니까?” “그게야 미상불 그때의 흥분이 ‘광염 소나타’를 지을 때의 흥분만 못한 연고겠지요. ” “그렇게 해석하세요?듣고 보니 그것은 한 해석이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 석 안 하는데요.” “그럼 K씨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나는, 아니, 내 해석을 말하는 것보다 그 백성수한테서 내게로 온 편지가 한 장 있는데,그 것을 보여 드리리다. 선생은 오늘 바쁘시지 않으세요?”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집까지 잠깐 같이 가보실까요?” “가지요.” 두 노인은 일어섰다.도회와 교외의 경계에 달린 K씨의 집에까지 두 노인이 이른 때는 오후 너덧시가 된 때였었 다.두 노인은 K씨의 서재에 마주앉았다.“이것이 이삼 일 전에 백성수한테서 내게로 온 편지인데 읽어 보세요.” K씨는 서랍에서 기다란 편지 뭉치를 꺼내어 모씨에게 주었다. 모씨는 받아서 폈다. “가만,여기서부터 보세요. 그 전에는 쓸데없는 인사이니까.” * ……(중략) 그리하여 그날도 또한 이제 밤을 지낼 집을 구하느라고 돌아다니던 저는 우연 히 그 집,제가 전에 돈 오십여 전을 훔친 집 앞에까지 이르렀습니다.깊은 밤 사면은 고요 한데 그 집 앞에서 잘 곳을 구하느라고 헤매던 저는 문득 마음속에 무서운 복수의 생각이 일어났습니다.이 집만 아니었더면, 이 집 주인이 조금만 인정이라는 것을 알았더면,저는 그 불쌍한 제 어머니로서 길에까지 기어나와서 세상을 떠나게 하지는 않았겠습니다.분묘 가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하여 꽃 한 번 갖다가 꽂아 보지 못한 이러한 불효도 이 집 때문이 외다.이러한 생각에 참지를 못하여, 그 집 앞에 가려 있는 볏짚에다가 불을 놓았습니다.그리고 거기 서서 불이 집으로 옮아 가는 것을 다 본 뒤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서 달아 났습니다.좀 달아나다 보매 아래서는 벌써 사람이 꾀어들기 시작한 모양인데 이때에 저의 머리에 타 오르는 생각은 통쾌하다는 생각과 달아나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몸을 숨 기기 위하여 앞에 보이는 예배당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불이 다 꺼지도록 구경을 한 뒤에 나오려다가 피아노를 보고……. * “이 보세요.” K씨는 편지를 보는 모씨를 찾았다.“비상한 열정과 감격은 있어두 그것이 그대로 표현 안 된 것이 그것 때문이었습니다.즉 성 수의 어머니는 몹시 어진 사람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성수의 교육을 몹시 힘을 들여서 착한 사람이 되도록,이렇게 길렀습니다그려. 그 어진 교육 때문에 그가 하늘에서 타고난 광포 성과 야성이 표면상에 나타나지를 못하였습니다.그 타오르는 야성적 열정과 힘이 음보(音 譜)로 그려 놓으면 아주 힘없는,말하자면 김빠진 술과 같이 되고 하는 것이 모두 그 때문 이었습니다그려. 점잖고 어진 교훈이,그의 천분을 못 발휘하게 한 셈이지요.” “흠.” “그것이, 그 사람 성수가,감옥생활을 할 동안에 한 번 씻기기는 하였으나,그러나 사람의 교양이라 하는 것은 온전히 씻지는 못하는 것이외다. 그러다가,그 ‘원수’의 집 앞에서 갑자기, 말하자면 돌발적으로 야성과 광포성이 나타나서 불을 놓고 예배당 안에 숨어 서서 그 야성적 광포적 쾌미를 한껏 즐긴 다음에, 그에게서 폭 발하여 나온 것이 그 ‘광염 소나타’였구려. 일어서는 불길, 사람의 비명, 온갖 것을 무시하고 퍼져 나가는 불의 세력―--- 이런 것은 사실 야성적 쾌미 가운데 으뜸이 되는 것이니깐요.” “……” “아셨습니까. 그러면 그 다음에 그 편지의 여기부터 또 보세요.” * ……(중략) 저는 그날의 일이 아직 눈앞에 어리는 듯하외다.선생님이 저를 세상에 소개하 시기 위하여 늙으신 몸이 몸소 피아노에 앉으셔서 초대한 여러 음악가들 앞에서 제 ‘광염 소나타’를 탄주하시던 그 광경은 지금 생각하여도 제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그때 에 그 손님 가운데 부인 손님 두 분이 기절을 한 것은 결코 ‘광염 소나타’의 힘뿐이 아니고 선생의 그 탄주의 힘이 많이 섞인 것을 뉘라서 부인하겠습니까. 그 뒤에 여러 사람 앞에 저 를 내어세우고, “이 사람이 ‘광염 소나타’의 작자이며 삼십 년 전에 우리를 버려 두고 혼자 간 일대의 귀재 백○○의 아들이외다.” 고 소개를 하여 주신 그때의 그 감격은 제 일생에 어찌 잊사오리까. 그 뒤에 선생님께서 저를 위하여 꾸며 주신 방도 또한 제 마음에 가장 맞는 방이었습니다. 널따란 북향 방에 동남쪽 귀에 든든한 참나무 침대가 하나, 서북쪽 귀에 아무 장식 없는 참 나무 책상과 의자, 피아노가 하나씩, 그 밖에는 방 안에 장식이라고는 서남쪽 벽에 커다란 거울이 하나 있을 뿐, 덩더렇게 넓은 방은 사실 밤에 전등 아래 앉아 있노라면 저절로 소름 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방이었습니다. 게다가 방 안은 모두 꺼먼 칠을 하고, 창 밖에는 늙 은 홰나무의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는 것도 과연 귀기가 돌았습니다. 이러한 가운데서 선생 님은 저로 하여금 방분스러운 음악을 낳도록 애써 주셨습니다. 저도 그런 환경 아래서 좋은 음악을 낳아 보려고 얼마나 애를 썼겠습니까. 어떤 날 선생님 께 작곡에 대한 계통적 훈련을 원할 때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자네게는 그러한 교육이 필요가 없어. 마음대로 나오는 대로 하게. 자네 같은 사람에게 계 통적 훈련이 들어가면 자네의 음악은 기계화해 버리고 말아. 마음대로 온갖 규칙과 규범을 무시하고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저는 이 말씀의 뜻을 똑똑히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대략한 의미뿐은 통하였습니다.그리하 여 저는 마음대로 한껏 자유스러운 음악의 경지를 개척하려 하였습니다.그러나 그 동안에 제가 산출한 음악은 모두 이상히도 저의 이전(제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 실 때)의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러한 힘도 없는 음향의 유희에 지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얼마나 초조하였겠습니까. 때때로 선생님께서 채근 비슷이 하시는 말씀은 저로 하여 금 더욱 초조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초조하면 초조할수록 제게서 생겨나는 음악 은 더욱 나약한 것이 되었습니다. 저는 때때로 그 불붙던 광경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통쾌하던 감정을 되풀 이하여 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실패에 돌아갔습니다. 때때로 비상한 열정으로 음보를 그려 놓은 뒤에 몇 시간을 지나서 다시 한번 읽어 보면 거 기는 아무 힘이 없는 개념만 있고 하였습니다. 저의 마음은 차차 무거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큰 기대를 가지고 계신 선생님께도 미안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음악은 공예품과 달라서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 때에 되는 것이 아니니 마음놓고 천천히 감흥이 생긴 때에…….” 이러한 선생님의 위로의 말씀이 듣기가 제 살을 깎아 먹는 듯하였습니다.그러나 제 마음 상은 인제는 제게서 다시 힘있는 음악이 나올 기회가 없는 것같이만 생각되었습니다.이러는 동안에 무위의 몇 달이 지났습니다. 어떤 날 밤중,가슴이 너무 무겁고 가슴속에 무엇이 가득 찬 것같이 거북하여서, 저는 산보 를 나섰습니다.무거운 머리와 무거운 가슴과 무거운 다리를 지향없이 옮기면서 돌아다니 다가 저는 어떤 곳에서 커다란 볏짚 낟가리를 발견하였습니다.이때의 저의 심리를 어떻게 형용하였으면 좋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저는 무슨 무서운 적 (敵)을 만난 것같이 긴장되고 흥분되었습니다. 저는 사면을 한번 살펴보고,그 낟가리에 달 려가서 불을 그어서 놓았습니다.그리고 갑자기 무서움증이 생겨서 돌아서서 달아나다가, 멀찌가니까지 달아나서 돌아보니까,불길은 벌써 하늘을 찌를 듯이 일어났습니다. 왁, 왁, 꺄, 꺄,사람들이 부르짖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저는 다시 그곳까지 가서,그 무서운 불길 에 날아 올라가는 볏짚이며,그 낟가리에 연달아 있는 집을 헐어 내는 광경을 구경하다가 문득 흥분되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그날 밤에 된 것이 ‘성난 파도’이었습니다. 그 뒤에 이 도회에서 일어난,알지 못할 몇 가지의 불은, 모두 제가 질러 놓은 것이었습니 다. 그리고,불이 있던 날 밤마다 저는 한 가지의 음악을 얻었습니다.며칠을 연하여 가슴 이 몹시 무겁다가 그것이 마침내 식체와 같이 거북하고 답답하게 되는 때는 저는 뜻없이 거리를 나갑니다.그리고 그러한 날은 한 가지의 방화사건이 생겨나며 그날 밤에는 한 곡 의 음악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번수가 차차 많아 갈 동안, 저의, 그 불에 대한 흥분은 반비례로 줄어졌습니 다.온갖 것을 용서하지 않는 불꽃의 잔혹함도, 그다지 제 마음을 긴장시키지 못하였습니 다. “차차,힘이 적어져 가네.” 선생님께서 제 음악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그러한 때였습니다. 그러나,저는 게서 더할 도리가 없었습니다.하는 수 없이 저는 한동안 음악을 온전히 잊어 버린 듯이 내버려두었습니다.* 모씨가 성수의 마지막 편지를 여기까지 읽었을 때에, K씨가 찾았다.“재작년 봄에서 가을에 걸쳐서, 원인 모를 불이 많지 않았습니까.그것이 죄 성수의 장난이 었습니다그려.” “K씨는 그것을 온전히 모르셨습니까?” “나요?몰랐지요. 그런데, 그 어떤 날 밤이구려. 성수는 기대에 반해서,우리집으로 온 지 여러 달이 됐지만, 한 번도 힘있는 것을 지어 본 일이 없겠지요. 그래서,저 사람에게 무슨 흥분될 재료를 줄 수가 없나 하고 혼자 생각하며 있더랬는데,그때에 저―편―” K씨는 손을 들어 남편 쪽 창을 가리켰다.“저―편 꽤 멀리서 불붙는 것이 눈에 뜨입디다그려. 그래서 저것을 성수에게 보이면,혹 그 때의 감정(그때는, 나는 그 담배 장수네 집에 불이 일어난 것도 성수의 장난인 줄은 꿈에도 생각 안 했구료)을 부활시킬지도 모르겠다,이렇게 생각하구 성수의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문득 성수의 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울려 나옵니다그려.나는 올라가려던 발을 부지중 멈추 고 말았지요. 역시 C샤프 단음계로서, 제일곡은 뽑아 먹고,아다지오에서 시작되는데, 고 요하고 잔잔한 바다, 수평선 위로 넘어가려는 저녁 해,이러한 온화한 것이 차차 스케르초 로 들어가서는 소낙비, 풍랑, 번개질, 무서운 바람 소리,우레질, 전복되는 배, 곤해서 물에 떨어지는 갈매기,한번 뒤집어지면서 해일에 쓸려 나가는 동네 사람의 부르짖음―--- 흥 분에서 흥분, 광포에서 광포,야성에서 야성, 온갖 공포와 포학한 광경이 눈앞에 어릿거리 는데,이 늙은 내가 그만 흥분에 못 견디어,뜻하지 않고 ‘그만두어 달라’고 고함친 것만으 로도 짐작하시겠지요. 그리고 올라가서 보니깐,그는 탄주를 끝내고 피곤한 듯이 피아노에 기대고 앉아 있고,이제 탄주한 것은 벌써 ‘성난 파도’라는 제목 아래 음보로 되어 있습디 다.” “그러면 성수는 불을 두 번 놓고, 두 음악을 얻었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