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浩[광호]는 漠然[막연]히 人類[인류]에 對[대]한 사랑, 同族[동족]에 對 [대]한 사랑,親友[친우]에 對[대]한 사랑, 自己[자기]의 名譽[명예]와 成 功[성공]에 對[대]한 渴望[갈망]만으로는 滿足[만족]치 못하게 되었다.그 는 누구나 하나를 안아야 하겠고 누구나 하나에게 안겨야 하겠다.그는 미 지근한 抽象的[추상적] 사랑으로 滿足[만족]치 못하고 뜨거운 具體的[구체 적] 사랑을 要求[요구]한다.그의 空洞[공동]은 이러한 사랑으로야만 塡充 [전충]하겠고 그의 寂寞[적막]과 悲哀[비애]는 이러한 사랑으로야만 慰安 [위안]하겠다.光浩[광호]도 近來[근래]에 이런 줄을 自覺[자각]하였다.東 京市街[동경시가]에 蠢蠢[준준]하는 數百萬[수백만] 人類[인류]나 밤에 蒼 空[창공]에 반짝거리는 無數[무수]한 星辰[성진]이나 하나도 光浩[광호]의 동무는 되지 못한다. 마치 길에 나서면 大寒[대한] 바람이 추운 것과 같이 室內[실내]에 들어오면 火氣[화기] 없는 寢具[침구]가 산듯산듯한 것과 같 이 光浩[광호]에게 對[대]하여 全世界[전세계]는 永世界[영세계]와 같이 춥 고 無人之境[무인지경]과 같이 寂寞[적막]하다. 光浩[광호]가 半夜[반야]에 寂寞[적막]한 悲哀[비애]를 이기지 못하여 우는 눈물만이 오직 더 울 뿐이 다. 이때에 光浩[광호]는 P라는 한 사람을 보았다. 光浩[광호]의 全精神[전정 신]은 不識不知間[불식부지간]에 P에게로 옮았다. P의 얼굴과 그 위에 눈과 코와 눈썹과 P의 몸과 옷과 P의 語聲[어성]과 P의 걸음걸이와……모든 P에 關[관]한 것은 하나도 光浩[광호]의 熱烈[열렬]한 사랑을 끌지 아니하는 바 가 없었다.光浩[광호]는 힘있는 대로 P를 볼 機會[기회]를 짓고 힘있는 대 로 P와 말할 機會[기회]를 지으려 한다.P는 光浩[광호]의 下宿[하숙]에서 二[이], 三十分[삼십분]이나 걸리는 곳 에 있었다.光浩[광호]는 幸[행]여나 P를 만날까 하고 七時半[칠시반]에 學 校[학교]로 가던 것을 六時半[육시반]이 못하여 집을 떠나서 P의 집 곁으로 빙빙 돌다가 P가 册褓[책보]를 끼고 學校[학교]에 가는 것을 보면 自己[자 기]는 가장 必要[필요]한 일이 있는 듯이 P와 反對方向[반대방향]으로 速步 [속보]로 걸어가서 P가 지나가거든 잠간 뒤를 돌아보고는 一種[일종] 快感 [쾌감]과 羞恥[수치]한 생각이 섞어져 나오면서 學校[학교]로 간다. 아침마 다 이러하므로 P도 이따금 光浩[광호]를 暫間[잠간] 쳐다보기도 하고 或 [혹] 웃기도 한다. P는 아주 無心[무심]하게 하는 것이언마는 光浩[광호]는 終日[종일] 그 「쳐다 봄」과「웃음」의 意味[의미]를 解釋[해석]하노라고 애를 쓴다.그러다가는 每樣[매양] 自己[자기]에게 有利[유리]하도록 그 意 味[의미]를 說明[설명]하여「P도 나를 사랑하나 보구나」하고는 혼자 기뻐 한다. 그러나 그 기쁨에는 疑心[의심]이 半以上[반이상]이나 넘었다.그로부터 光浩[광호]는 새로 外套[외투]를 마추고 새로 깃도 구두를 마추 고 새로 毛織册褓[모직책보]를 사고 새로 上等石鹼[상등석감]을 사고 아침 마다 香油[향유]를 발라 머리를 가르고 그의 쇠 잠그는 册床舌盒[책상설합] 에는 新聞紙[신문지]로 꼭꼭 싼 것이 있다. 光浩[광호]는 밤에 아무도 없을 때에 그 新聞[신문]에 싼 것을 끄집어내어 그래도 누가 보지나 않는가 하여 四方[사방]을 살펴보면서 그 新聞[신문]에 싼 것을 낸다. 그러고 휘 하고 한숨을 쉬면서 거울에 對[대]하여 그 新聞[신문]에 쌌던 것을 바르고 얼굴 도 여러 가지 모양을 하여보아 아무쪼록 얼굴이 어여뻐 보이도록 하였다. 그 新聞[신문]에 싼 것은 美顔水[미안수]와 클럽白粉[백분]인 줄은 光浩[광 호] 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사랑은 歲月[세월]을 虛費[허비]한다」는 格言[격언]과「사랑은 사람을 수줍게 한다」는 格言[격언]과 같이 그렇게 快活[쾌활]하던 光浩[광호]는 卒變[졸변]하여 아주 內藥[내약]하고 沈欎[침울]한 靑年[청년]이 되고 말았 다.光浩[광호]는 漸漸[점점] 學校[학교]에 缺席[결석]도 하게 되고 出席 [출석]하여도 課業[과업]에 注意[주의]를 集中[집중]치 못하게 되었다. 누 구를 찾아가지도 아니하고 누가 찾아오지도 아니하고 光浩[광호]는 아주 孤 獨[고독]한 煩悶者[번민자]가 되고 말았다. 다만 아침마다 P의 얼굴을 暫間 [잠간] 보기로 唯一[유일]한 日課[일과]요, 唯一[유일]한 慰安[위안]을 삼 게 되었다. 아침에 가다가 或[혹] P를 만나지 못하면 그를 終日[종일]을 怏 怏[앙앙]하게 보내고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或[혹] 二[이], 三日[삼 일]을 連[연]해서 못 볼 때에는 病[병]이 들었는가 하여 혼자 눈물을 흘리 며 祈禱[기도]도 올렸다. 그 祈禱[기도]는 참 精誠[정성]스러운 祈禱[기도] 였다. 光浩[광호]가 일찍 올린 祈禱中[기도중]에 가장 精誠[정성]스러운 祈 禱[기도]였다. 그가 일찍 本國[본국]에 있는 母親[모친]의 病[병]이 重[중] 하다는 말을 듣고 祈禱[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때처럼 눈물을 흐르 지 아니하였다. 母親[모친]은 마땅히 죽을 사람이로되 P는 決[결]코 죽어서 못될 사람이었다 . 天地[천지]는 없어질지언정 P는 없어서 되지 못하였다. 光浩[광호]의 목숨은 P를 爲[위]하여서 있고, P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었 다. P가 今時[금시]에 죽는다하면 光浩[광호]의 生命[생명]은 그 瞬間[순 간]에 消滅[소멸]될 듯하다. 光浩[광호]로는 P를 除[제]하고는 生命[생명] 도 생각할 수 없고 宇宙[우주]도 생각할 수 없다.
四[사]
光浩[광호]는 여러 번 P에게 이 말을 하려 하였다.그러나 P를 對[대]하면 이런 말을 할 勇氣[용기]가 없어진다.이튿날은 새벽에 눈을 뜰 때부터 오 늘은 期於[기어]코 通情[통정]을 하리라 하고 열 번 스무 번이나 決心[결 심]을 한다.P의 집 모퉁이에 섰을 때에까지도 이 決心[결심]을 지키건마는 P의 그림자가 번뜻 보이기만 하면 마치 장마 버섯이 日光[일광]을 보매 스 러지는 모양으로 스러지고 만다. 이렇게 하기를 十餘日[십여일]이나 하다가 하루는 죽기를 賭[도]하는 決心 [결심]으로, 「여봅시오, P氏[씨]!」하였다. P氏[씨]는 휙 돌아서며, 「왜 그러시오?」하고 光浩[광호]를 본다. 光浩[광호]는 P의 冷淡[냉담]한 말소리와 容貌[용 모]를 보고 落心[낙심]하였다.그러나, 最後[최후]의 勇氣[용기]로, 「나는 P氏[씨]에게 여쭐 말씀이 있읍니다.」 하고 가만히 P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P는 싫은 듯이 손을 뽑으면서, 「무슨 말씀이야요.얼른 합시오. 學校時間[학교시간]이 急[급]합니다.」 하는 말을 듣고 光浩[광호]는 죽고 싶으리만큼 失望[실망]하였다.설마 P가 이처럼 冷淡[냉담]할 줄은 몰랐음이라.그래도 多少[다소]는 自己[자기]에 게 愛情[애정]을 두었거니 하였다.이따금 光浩[광호]를 돌아보며 방긋이 웃는 것은 얼마큼 光浩[광호]의 愛情[애정]을 깨닫고 또 光浩[광호]에게 對 [대]하여 얼마큼 同情[동정]을 하거니 하였다. 그래서 光浩[광호]가 이런 말을 하면 P가「나도 그대를 사랑하오」하지는 아니하더라도 따뜻이 同情 [동정]하는 말이라도 하려니 하였던 것이 이러한 冷待[냉대]를 當[당]하니 光浩[광호]는 當場[당장]에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였다. P는 물끄러미 光浩[광호]를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녜?무슨 말씀이야요?」한다. 光浩[광호]의 몸에서는 이 추운 날에 땀이 흐른다.光浩[광호]는 다시 말할 勇氣[용기]가 없어서,「安寧[안녕]히 갑시오」 하고 學校[학교]에 가기도 그만 두고 집에 돌아왔다.光浩[광호]는 失望[실 망]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여 感氣[감기]가 들었노라 하고 이불을 쓰고 누웠 다.終日[종일]을 煩悶[번민]하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面刀[면도]로 左 手無名指[좌수무명지]를 베어 술잔에 鮮血[선혈]을 받아 가지고 P에게 便紙 [편지]를 썼다. 鮮血[선혈]로 쓴 글씨는 참 戰慄[전율]할 만큼 무서웠다. 그 뜻은 아까 말한 것과 같이 自己[자기]가 P에게 全心身[전심신]을 바치는 것과 P에게서 사랑을 求[구]한다 함이라. 이 便紙[편지]를 부치고 光浩[광 호]는 한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이 便紙[편지]의 回答如何[회답여하]로 自 己[자기]의 生命[생명]은 決定[결정]되는 것인 듯 하였다. P에게 對[대]한 사랑이 自己[자기]의 生命[생명]의 全內容[전내용]이거니 하였다. 그러고 P 의 寫眞[사진]에 입을 맞추고 또 이것을 밤낮 품에 품으며 이따금 못 견디 게 P가 그리울 적에는 그 寫眞[사진]을 앞에 놓고 눈물을 흘려 가며 陳情 [진정]을 한다. 下宿[하숙]의 下女[하녀]도 近日[근일]에는 光浩[광호]의 苦悶[고민]하는 눈치를 알고 한번은 弄談[농담] 삼아, 「相思[상사]하는 이가 있어요?」하였다. 翌日[익일]에 便紙答狀[편지답장]이 왔다.그 속에는 光浩[광호]가 自己 [자기]를 사랑하여 줌을 至極[지극]히 感謝[감사]하노라 하여 훨씬 光浩[광 호]의 비위를 돋군 뒤에 이러한 句절[구절]을 넣었다. 「대저 남에게 사랑을 求[구]하는 데는 세 가지 必要[필요]한 資格[자격] 이 있나니 此三者[차삼자]를 具備[구비]한 者[자]는 最上[최상]이요, 三者 中[삼자중] 二者[이자]를 具備[구비]한 者[자]는 下[하]요, 三者中[삼자중] 一者[일자]만 有[유]한 者[자]는 多數[다수]의 境遇[경우]에는 사랑을 얻을 資格[자격]이 無[무]하나이다. 그런데 貴下[귀하]는 不幸[불행]하시나마 前 者[전자]에 屬[속]하지 못하고 後者[후자]에 屬[속]하나이다.」 하고 한 줄을 떼어 놓고, 「그런데 그 三資格[삼자격]이라 함은 黃金[황금]과 容貌[용모]와 才智[재 지]로소이다. 此三者中[차삼자중]에 貴下[귀하]는 오직 最後[최후]의 一者 [일자]를 有[유]할 뿐이니 貴下[귀하]는 마땅히 生存競爭[생존경쟁]에 劣敗 [열패]할 資格[자격]이 充分[충분]하여이다. 極[극]히 未安[미안]하나마 貴 下[귀하]의 사랑을 辭退[사퇴]하나이다.」 하고 血書[혈서]도 返送[반송]하였다. 光浩[광호]는, 「옳다, 나는 黃金[황금]과 美貌[미모]가 없다.」 하고 울었다. 울다가 行李[행리] 속에서 特待狀[특대장]과 優等卒業證書[우 등졸업증서]를 내어 쪽쪽 찢었다. 「才智[재지]는 最末[최말]이라, 才智[재지]는 사랑을 求[구]할 資格[자 격]이 없다.」 하고 그 찢어진 종이 조각을 발로 비비고 짓밟아 돌돌 뭉쳐서 불에 태웠다. 光浩[광호]는 下女[하녀]를 命[명]하여 麥酒[맥주] 一打[일타]와 淸酒[청 주] 一升[일승]을 가져오라 하였다. 光浩[광호]가 이 下宿[하숙]에 三年[삼 년]째나 있으되, 아직 술 먹는 것을 보지 못한 下女[하녀]는 눈이 둥그레지 며, 「그것은 무엇하게요?」하고 弄談[농담]인 줄만 여긴다. 光浩[광호]는 성을 내며, 「먹지 무엇을 해, 어서 가져오너라.」 한다. 下女兩人[하녀양인]이 命[명]대로 술을 가져왔다.光浩[광호]는 甁 [병]을 입에다 대고 함부로 들이킨다.麥酒[맥주]를 半打[반타]나 마시고 日本酒[일본주], 六[육], 七合[칠합]을 들이켰다. 三[삼],四日[사일] 食飮 [식음]을 廢[폐]하던 光浩[광호]는 눈에서 술이 흐르도록 醉[취]하였다.그 리고는 册藏[책장]에 끼인 册[책]을 끄집어내어 말끔 찢어버리고 깔아 놓았 던 이불과 방석도 온통 찢어버렸다.그러고 狂人[광인] 모양으로 P의 이름 을 부르며,「그래 나는 黃金[황금]이 없고 美貌[미모]가 없다.」 를 念佛[염불]하듯이 부르짖는다.下宿主人[하숙주인]인 老婆[노파]는 깜짝 놀래어 光浩[광호]의 房[방]에 뛰어 올라왔다. 「이게 웬 일이오니까?」「하하.」 하고 光浩[광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당신은 얼굴이 곱구려.나는 얼굴이 밉고 돈이 없어요.」 하며 찢다가 남은 册[책]을 쪽쪽 찢는다. 老婆[노파]도,「失戀[실연]이로구나.」 하고 불쌍한 마음이 생겼다.그러고 警察署[경찰서]에 告[고]할까말까하고 한참 躊躇[주저]하다가 前[전]부터 아는 俊元[준원]에게 葉書[엽서]를 띄워 速[속]히 오소서 하였다.
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