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가운데는 떡상이 있고, 그의 아우는 수건이 벗어져서 목 뒤로 늘어지고 저고리 고름이 모두 풀어져 가지고 한편 모퉁이에 서 있고,아내도 머리채가 모두 뒤로 늘어지고 치마가 배꼽 아래 늘어지도록 되어 있으며,그의 아내와 아우는 그를 보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듯이 움쩍도 안 하고 서 있었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어이가 없어서 서 있었다. 그러나 좀 있다가 마침내 그의 아우가 겨우 말했다. “그놈의 쥐 어디 갔니?” “흥!쥐?훌륭한 쥐 잡댔구나!” 그는 말을 끝내지도 않고 짐을 벗어던지고 뛰어가서 아우의 멱살을 그러잡았다. “형님!정말 쥐가―---” “쥐?이놈!형수하고 그런 쥐 잡는 놈이 어디 있니?” 그는 아우를 따귀를 몇 대 때린 뒤에 등을 밀어서 문 밖에 내어던졌다.그런 뒤에 이제 자기에게 이를 매를 생각하고 우들우들 떨면서 아랫목에 서 있는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이년!시아우와 그런 쥐 잡는 년이 어디 있어!” 그는 아내를 거꾸러뜨리고 함부로 내리찧었다. “정말 쥐가…… 아이 죽겠다.” “이년!너두 쥐?죽어라!” 그의 팔다리는 함부로 아내의 몸 위에 오르내렸다. “아이, 죽갔다.정말 아까 적으니(시아우)가 왔기에 떡 먹으라구 내놓았더니―---” “듣기 싫다!시아우 붙은 년이, 무슨 잔소릴…….” “아이, 아이, 정말이야요. 쥐가 한 마리 나…….” “그냥 쥐?” “쥐 잡을래다가…….” “샹년!죽어라!물에래두 빠데 죽얼!” 그는 실컷 때린 뒤에, 아내도 아우처럼 등을 밀어 내어쫓았다. 그 뒤에 그의 등으로, “고기 배때기에 장사해라!” 하고 토하였다. 분풀이는 실컷 하였지만, 그래도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바람벽을 의지하고 실신한 사람같이 우두커니 서서 떡상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서편으로 바다를 향한 마을이라 다른 곳보다는 늦게 어둡지만,그래도 술시(戌時)쯤 되어서는 깜깜하니 어두웠다.그는 불을 켜려고 바람벽에서 떠나서 성냥을 찾으러 돌아갔다. 성냥은 늘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그래서 여기저기 뒤적이노라니까, 어떤 낡은 옷뭉치를 들칠 때에 문득 쥐 소리가 나면서 무엇이 후덕덕 뛰어나온다.그리하여 저편으로 기어서 도망한다. “역시 쥐댔구나.” 그는 조그만 소리로 부르짖었다.그리고 그만 그 자리에 맥없이 덜썩 주저앉았다.아까 그가 보지 못한 때의 광경이 활동사진과 같이 그의 머리에 지나갔다. 아우가 집에를 온다.아우에게 친절한 아내는 떡을 먹으라고 아우에게 떡상을 내놓는다.그때에 어디선가 쥐가 한 마리 뛰어나온다. 둘(아우와 아내)이서는 쥐를 잡노라고 돌아간다.한참 성화시키던 쥐는 어느 구석에 숨어 버린다. 그들은 쥐를 찾느라고 뒤룩거린다.그럴 때에 그가 집에 들어선 것이다. “샹년, 좀 있으믄 안 들어오리…….” 그는 억지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그러나 아내는 밤이 가고 날이 밝기는커녕 해가 중천에 올라도 돌아오지를 않았다.그는 차차 걱정이 나서 찾아보러 나섰다. 아우의 집에도 없었다.동네를 모두 찾아보아도 본 사람도 없다 한다. 그리하여,낮쯤 한 삼사 리 내려가서 바닷가에서 겨우 아내를 찾기는 찾았지만 그 아내는 이전 같은 생기로 찬 산 아내가 아니요,몸은 물에 불어서 곱이나 크게 되고, 이전에 늘 웃음을 흘리던 예쁜 입에는 거품을 잔뜩 문,죽은 아내였다. 그는 아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정신이 없었다.이튿날 간단하게 장사를 하였다. 뒤에 따라오는 아우의 얼굴에는, “형님, 이게 웬일이오니까.” 하는 듯한 원망이 있었다. 장사를 지낸 이튿날부터 아우는 그 조그만 마을에서 없어졌다.하루 이틀은 심상히 지냈지만, 닷새 엿새가 지나도 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알아보니까,꼭 그의 아우같이 생긴 사람이 오륙 일 전에 멧산자 보따리를 하여 진 뒤에 시뻘건 저녁해를 등으로 받고 더벅더벅 동쪽으로 가더라 한다.그리하여 열흘이 지나고 스무 날이 지났지만 한번 떠난 그의 아우는 돌아올 길이 없고,혼자 남은 아우의 아내는 매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그도 이것을 잠자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불행의 모든 죄는 죄 그에게 있었다.그도 마침내 뱃사람이 되어, 적으나마 아내를 삼킨 바다와 늘 접근하며 가는 곳마다 아우의 소식을 알아보려고,어떤 배를 얻어 타고 물길을 나섰다. 그는 가는 곳마다 아우의 이름과 모습을 말하여 물었으나,아우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꿈결같이 십 년을 지내서 구 년 전 가을,탁탁히 낀 안개를 꿰며 연안(延安) 바다를 지나가던 그의 배는,몹시 부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파선을 하여, 벗 몇 사람은 죽고,그는 정신을 잃고 물 위에 떠돌고 있었다. 그가 겨우 정신을 차린 때는 밤이었었다.그리고 어느덧 그는 뭍 위에 올라와 있었고 그를 말리느라고 새빨갛게 피워 놓은 불빛으로 자기를 간호하는 아우를 보았다.그는 이상히도 놀라지도 않고 천연하게 물었다. “너, 어딯게 여기 완?” 아우는 잠자코 한참 있다가 겨우 대답하였다. “형님, 거저 다 운명이외다.” 따뜻한 불기운에 깜빡 잠이 들려다가 그는 화닥닥 깨면서 또 말했다.“십 년 동안에 되게 파랬구나.” “형님, 나두 변했거니와 형님두 몹시 늙으셨쉐다.” 이 말을 꿈결같이 들으면서 그는 또 혼혼히 잠이 들었다. 그리하여 두어 시간,꿀보다도 단 잠을 잔 뒤에 깨어 보니,아까같이 새빨간 불은 피어 있지만 아우는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곁엣사람에게 물어보니까,아우는 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새빨간 불빛을 등으로 받으면서 터벅터벅 아무 말 없이 어둠 가운데로 스러졌다 한다.이튿날 아무리 알아보아야 그의 아우는 종적이 없어지고 알 수 없으므로 그는 하릴없이 다른 배를 얻어 타고 또 물길을 떠났다.그리하여 그의 배가 해주에 이르렀을 때,그는 해주 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사려다가 저편 맞은편 가게에 걸핏 그의 아우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뛰어가서 보니 그는 벌써 없어졌다.배가 해주에는 오래 머물지 않으므로 그의 마음은 해주에 남겨 두고 또다시 바닷길을 떠났다.그 뒤 삼 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도 아우는 다시 볼 수가 없었다.그리하여 삼 년을 지내서 지금부터 육 년 전에, 그의 탄 배가 강화도를 지날 때에,바다를 향한 가파로운 뫼켠에서 바다를 향하여 날아오는 ‘배따라기’를 들었다.그것도 어떤 구절과 곡조는 그의 아우 특식으로 변경된, 그의 아우가 아니면 부를 사람이 없는,그 ‘배따라기’이다. 배가 강화도에는 머무르지 않아서 그저 지나갔으나,인천서 열흘쯤 머무르게 되었으므로, 그는 곧 내려서 강화도로 건너가 보았다.거기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어떤 조그만 객주집에서 물어 보니,이름도 그의 아우요 생긴 모습도 그의 아우인 사람이 묵어 있기는 하였으나,사나흘 전에 도로 인천으로 갔다 한다. 그는 곧 돌아서서, 인천으로 건너와서 찾아보았지만,그 조그만 인천서도 그의 아우를 찾을 바가 없었다. 그 뒤에 눈 오고 비 오며 육 년이 지났지만,그는 다시 아우를 만나 보지 못하고 아우의 생사까지도 알 수가 없다.* 말을 끝낸 그의 눈에는 저녁해에 반사하여 몇 방울의 눈물이 반득인다.나는 한참 있다가 겨우 물었다. “노형 계수는?” “모르디요. 이십 년을 영유는 안 가봤으니깐요.” “노형은 이제 어디루 갈 테요?” “것두 모르디요. 덩처가 있나요?바람 부는 대로 몰려댕기디요.” 그는 다시 한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아아,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침, 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노래를 끝낸 다음에 그는 일어서서 시뻘건 저녁해를 잔뜩 등으로 받고 을밀대로 향하여 더벅더벅 걸어간다.나는 그를 말릴 힘이 없어서 멀거니 그의 등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날 밤,집에 돌아와서도 그 배따라기와 그의 숙명적 경험담이 귀에 쟁쟁히 울리어서 잠을 못 이루고,이튿날 아침 깨어서 조반도 안 먹고 기자묘로 뛰어가서 또다시 그를 찾아보았다.그가 어제 깔고 앉았던, 풀은 모두 한편으로 누워서 그가 다녀감을 기념하되,그는 그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그러나 배따라기는 어디선가 쟁쟁히 울리어서 모든 소나무들을 떨리지 않고는 안 두겠다는 듯이 날아온다.“모란봉(牧丹峰)이다. 모란봉에 있다.” 하고 나는 한숨에 모란봉으로 뛰어갔다.모란봉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부벽루(浮壁樓)에도 없다. “을밀대다.” 하고 나는 다시 을밀대로 갔다. 을밀대에서 부벽루를 연한,지옥까지 연한 듯한 골짜기에 물 한 방울을 안 새이리라고 빽빽히 난 소나무의 그 모든 잎잎은 떨리는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지만,그는 여기도 있지 않다. 기자묘의, 하늘을 향하여 퍼져 나간 그 모든 소나무의 천만의 잎잎도,그 아래쪽 퍼진 천만의 풀들도, 모두 그 배따라기를 슬프게 부르고 있지만,그는 이 조고만 모란봉 일대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강가에 나가서 알아보니 그의 배는 오늘 새벽에 떠났다 한다.그 뒤에 여름과 가을이 가고 일년이 지나서 다시 봄이 이르렀으되,잠깐 평양을 다녀간 그는 그 숙명적 경험담과 슬픈 배따라기를 남겨 두었을 뿐,다시 조고만 모란봉에 나타나지 않는다. 모란봉과 기자묘에 다시 봄이 이르러서,작년에 그가 깔고 앉아서 부러졌던 풀들도 다시 곧게 대가 나서 자줏빛 꽃이 피려 하지만,끝없는 뉘우침을 다만 한낱 ‘배따라기’로 하소연하는 그는,이 조고만 모란봉과 기자묘에서 다시 볼 수가 없었다.다만 그가 남기고 간 ‘배따라기’만 추억하는 듯이 기념하는 듯이 모든 잎잎이 속삭이고 있을 따름이다.
출전:창조9(19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