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떤 날이었다. 나는 이 날 책방을 보는 T군에게 돈 을 좀 물어 줄 것이 있으므로,은행에 잠깐 들러서 돈을 찾아 가지고 T군의 책사로 갔다. 들어가서 점원에게 T군을 찾으니,T군은 손님과 같이 안방에 들어갔다 한 다. “손님?누구요?” “A씨세요.” “A씨?”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A씨를 만나기가 싫어서 도로 나가려 할 때에,안에서 T군의 소리가 들렸다. “그럼, A씨. 이따가 저녁이고,내일 아침이고 다시 한 번 들러 주세요.” “네, 꼭 부탁합니다. 자, 인젠 추운데 들어가시지요.” 나는 이 굵은 소리에 뜻하지 않고 돌아보았다.‘화장(火葬) 가마에 들어가서 한 절반은 타져 나온 얼굴.’ 이것이 이전 호떡이 A씨의 얼굴을 형용한 말이었었지만,어두운 곳에서 쑥 나오는 A씨의 얼굴은 그 호떡의 형용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몸이 여섯 자에 가까운 대남자(大男子)로 얼굴이 끝까지 검고 우들투들하고,그 시꺼먼 얼굴 가운데 하얗고 커다란 두 눈이 빛을 받아서 어른거린다.전설에 나오는 ‘거인’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나는 아직껏 어떠한 사람 앞에서든 우월감을 느꼈지만,위압감(威壓感)은 받아 본 적이 없지만 이 A씨 앞에서는 나의 어깨가 저절로 쭈그러지는 것을 깨달았다.좀 바보인 듯한 ○의 아내와 같은 여편네가 ○의 센티멘탈한 부드러운 품에서 이 힘있고 의지할 만한 거인의 굳센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 이 아니었다. 나는 힘있는 발자국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양을 몰래 돌아보 았다. “아, ○○씨. 언제 오셋어요?” A씨를 보낸 T군은 나를 보고 찾았다. 나는 목례를 하고, 그와 함께 그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이가 A씨지요?” 나는 앉으면서 곧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네.” “어이구, 무서워!” 나는 엄청스럽게 몸을 한번 떨었다. “밤에 외딴 길에서라도 만나면 상길 하겠는걸.” “하하하하하.” 주인은 쾌활히 웃었다. “A씨와 오래 전부터 아셨습니까?” “녜, 한 삼사 년 전부터여요.” “간간 여기 옵니까?” “자기 일이나 있으면 매일도 오고, 그렇지 않으면 수 삭을 안 올 때도 있 고…….” “그럼, 오늘은 일이 있는 모양이외다그려.” “네, 뭐, 돈이 좀 쓸데 있다나요.” “돈?그런 사람에게 돈의 필요가 있을까. 밤중에 길모퉁이에 서 있기만 하면 지나가는 사람이 저 혼자서 돈을 놓고 달아날 터인데.” “하하하하.” 주인은 또 쾌활히 웃었다. “뭐, 기생의 해우채라도 준답디까?” “옳은 말씀이외다. 그 비슷한 데 쓸 모양입디다.” “그럼, 그 준비금인가요?” “아니, 온정을 간다나요.” “온정?” 나는 갑자기 얼굴에 솟아오르는 핏기운을 억지로 누르면서 물어 보았다. “네, 동래인가를 간답디다. ” “기생이라도 데리고?” “하하하하, 우습지요. 어떤 가련한 여자를 구원하러 간다나요.” “하하하하, 구원?” “네, 남편한테 학대받는 어떤 가련한 여자를 구원 간다고요. 좌우간 A씨 의 일이니깐,어떤 유부녀와 관계나 하여놓고, 그 여편네가 온정에 가있으 니깐, 뒤쫓아가는 모양이지요. 돈 백 원만 꾸라구…….” “품행이 그리 나쁩니까?” “A씨 말이에요?뭐 더 말할 수는 없는 사람이지요. 여편네라기만 하면 친 구의 아내구, 친척의 아내구,혹은 여학생이구 과부구 구별을 안하지요.지 금까지도 몇 번 문제가 났었는데 ─ 어떻든 주변은 좋은 사람이에요.문제 가 일어날 때마다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면서 운동해서 매번 슬쩍 삭이고 말 지요.천재 연애 기사(技師)라고나 할까요.” “네게도 그런 천재가 좀 있으면…….” 나는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 입으로만 대답하였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이제 A씨가 덤벙 동래로 뛰쳐갈 것이 면, 그야말로 만사는 끝나고,○는 다시 일어서지 못할 사람이 되고야 말 테다.나는 어떻게 하여서든 A씨와 ○의 아내를 당분간 ○의 눈앞에서 만나 지 않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나는 머리를 돌이키고 T군에게 물었다. “온정은 언제 간답니까?나도 좀 가 있을 생각이 있던 차에 가게 되면 A 씨와 같이 가서,희극의 한 막이라도 구경했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저녁이구, 내일 아침이고,돈만 생기면 갈 모양입디다.” “돈 주셨습니까?” “손에 돈이 없어서 저녁에 오라고 그랬지요.” 나는 뜻하지 않고 안심의 한숨을 내어쉬었다. “저,그 돈은 나한테 받으시면 주실 작정인가요?” “뭐, 그뿐두…….” T군의 말은 ‘그뿐도 아니라’지만,나는 그의 눈치로서 내게 받은 돈으로 써 A씨에게 꾸어 주려던 것을 알았다. “만약,나한테 받은 돈으로 주실 작정이었더면,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내게도 돈이 오늘은 꼭 될 줄로 믿었더니, 하루가 연기돼서 내일이 아니면 안 되게 됐습니다. 뭐,A씨한테 하루만 더 기다리라지요.” 나는 천연스러이 머리를 들고 T군을 바라보았다. “그럼요,A씨두 하루야 기다리겠지요. 그럼…….” “내일은 꼭 됩니다. ─ 가만 계십쇼, 내일 내가 직접 A씨한테로 백 원만 보내지요. 네?천만에, 수고는 무슨 수고요. 이리로 가져오거나, A씨에게로 가지고 가거나, 가져가기는 일반이니깐요.그럼 이따가 A씨가 오거든. 내일 아침 꼭 아홉 시에 내가 A씨 댁으로 돈을 가지고 갈께 어디 출입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말씀 좀 드려 주십시오. 그런 호걸과 이야기도 한번 해볼 겸…….” “하하하하, 호걸?참 호걸이에요.” 나는 T군과 이야기를 몇 마디 더 한 뒤에 그 책방을 나섰다.
20
‘전보를 하나, 편지로 하나?’ 나는 T군의 집을 나서면서 생각하였다. ○를 어떻게 하나?무론 A씨의 동래행을 막지 못할진대 ○부처를 서울로 데려라도 와야겠다.A씨가 서울서 기차를 타는 동시에, ○부처는 부산서 기 차를 타게 해야겠다. ‘무얼, 무대 감독이 이 나인데……. 여러분, 이 무대 감독 ○○씨가 지휘 하는 일장의 희극을 보아주십시오.사건이 교묘하게 끝이 막거든, 박수갈채 를 원합니다.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지붕만 쳐다볼 A씨,무의식히 일장의 희 활극(喜活劇)을 연출할 ○. 자, 어떻습니까?’ 나는 입으로 휘파람을 불면서 우편국으로 향하였다.십여 분 뒤에는 동래 ○에게 나의 병이 위급하니 부인 동반하여 오라는 말과 떠날 때에 내게 전 보를 내놓으라는 전보를 종로 우편국에 들여뜨렸다.
21
이튿날 아침, 벌떡 일어나면서 사환에게 어디서 전보가 안 왔느냐고 물으 니, 아무것도 없다 한다.나는 그를 방안에 불러 들여서 이제 A씨라는 손님 이 오시거든,나는 ‘어디 돈 갚을 곳이 있어서 나갔다’고 하라고 부탁을 한 뒤에 조반을 먹었다.A씨는 기다리다 못하여 열한 시쯤 왔다.나는 문틈으로 사환애와 이야기하 는 A씨를 내다보면서 웃고 있었다.사환에게서 돈 갚으러 갔단 말을 듣고, A씨는 곧 돌아서 나갔다.나는 담배를 붙여 물고 A씨의 뒤를 밟았다. 무엇하러 밟았는지 나도 모른다.나는 다만 호기심으로 그의 뒤를 보이지 않을이만큼 따라갔다.A씨는 잠깐 자기 집에 들러서 행랑아범과 두어 마디 이야기를 하더니, 다 시 길로 나섰다. ‘흥,이번은 T군의 책방이로구나.’ 나는 모른 체하고 A씨의 집까지 가서, 이리 오너라고 찾았다.이전에 한번 본 일이 있는 아범이 눈을 껌벅거리며 나왔다. “A씨 계신가?” “방금, 조, 조리로 가셋지요.” “어디루 가셌는지 모르겠나?” “그건 모릅지만요. 쫓아가시면 만납니다.” “응, 돈 좀 갚으러 왔더니……. 오후 두 시에 다시 오마.” 나는 돌아섰다. 나는 곧 여관으로 돌아와서,전보 온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역시 아직 안 왔다 한다. 어떤 셈인가.옳게 생각하자면 어제 저녁에 떠난다는 전보가 이르렀어야 될 것이었다.그것이 오늘 아침은커녕 아직 안 온 것은 어쩐 셈인가?A로 하여금 오늘 오후 두 시까지는 나의 돈을 기다리게 하여 놓았다.그러나 그 때까지 내가 그를 피하면,그는 나의 돈을 믿지 않고 다른 곳에서 변통하여 가지고 오늘 밤차로 내려갈지도 모르겠다.○로서 만약 그때까지 부산 있기 만 하면 모든 나의 계획은 틀려 버린다. ‘○!왜 안 떠나!바보엣 자식!’ 나는 다시 담배를 한 꼬치 피워 물고, 힘껏 성냥을 땅에 던지면서 여관을 나섰다.원래 낙관적으로 생기고 무슨 계획이든 하여 놓기만 하면 성사되는 경험뿐 을 가지고 소위 ‘불성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던 나는,이러한 불가항력 이라도 옳을 만한 착오를 만나 놓으면,어찌 처치하여야 할지 머리가 섞바 뀌고 만다. 어떻게 할까?나는 정처 없이 본정으로 명치정으로, 명치정에서 황금정으로, 남문통으로, 또 다른 곳으로 헤매었다.체부는 편지며 전보를 돌리고들 있다. 그러나……. 나는 전동전화에 뛰쳐 들어가서, 여관에 전보 가 안 와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 안 왔다 한다. 낮 열 두 시……. 한 시가 되었다. 전보는 아직 안 왔다.나는 어떤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또 전화로 물어 보았다. 아직 안 왔다. 나는 카페에서 나왔다. ‘바보!바보!너는 너 스스로 자멸의 길을 취하나?○!어서 떠나라!’ 아침부터 흐리던 날은 마침내 눈을 퍼부읏기 시작하였다.그러나 나는 A씨 에게 들킬까 봐서 여관에도 못 돌아가고 거리거리를 헤매었다. 두 시가 지났다.세 시도 이르렀다. 즉, 그때에 나는 내 여남은 간(間) 앞 에 묏더미와 같이 커다란 몸집을 분주히 움직여 가는 A씨를 보았다.나는 담배를 내어던지고(마치 퍼부웃는 눈을 피하려는 듯이)모자와 외투목으로 얼굴을 가리고,그의 뒤를 밟았다. 벌써 세 시라고, 저편에 보이는 한성은행도 덧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그 앞까지 분주히 가던 A씨는 뛰어가서 그(덧문을 닫으려는) 급사를 밀었 다. 급사는 반항하였다. ‘어서 닫아라!닫아라!’ 나는 거반 소리까지 내며 급사에게 손짓을 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A는 은 행 안으로 들어갔다.“아아.” 나는 실망의 탄성을 내었다. 무슨 불행이냐. 모든 일이 순서대로 되어나가 는데,마지막에 이르러서 이런 불행이 어디 있나?일 분, 그렇다. 그 마지 막 일 분이 이런 불행을 낳았다.나는 얼빠진 듯이 은행 모퉁이에 서 있었다. 잠깐 뒤에 A씨는 나왔다.나는 눈을 딱 바로 뜨고 A씨의 얼굴을 보았다. 실망이냐, 기쁨이냐,A씨의 태연히 저편으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실망 이며 기쁨의 아무 표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묏더미와 같은 몸집을 움직 여서 가는 A씨의 얼굴은 다만,이 흐리고 눈 오는 날이 성가신 듯할 뿐이었 다.
22
날이 저물면서 아직껏 오던 눈은 보스럭비로 변하였다. 전등도 인젠 모두 켜졌다.그러나 나는 그래도 여관에도 안 돌아가고, 거리거리를 헤매었다.무론 어 디든 들어가서 쉴 곳이 없는 바는 아니다.그러나 나는 설렁거리는 마음을 잠시도 쉴 수가 없이 몸을 끄을고 다녔다. 여섯 시도 지났다.나는 인젠 전보 일도 단념하고 ─ 아니, 바로 말하자 면 ○의 일도 온전히 잊어버리고,다만 무슨 커다란 ‘실패’에 넘겨진 것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머리를 수그리고,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무겁고 피곤한 다리를 무교다리에서 쉬었다.비는 그냥 보스럭보스럭 내린다. 비 때문에 젖은 난간에 팔을 의지하고,나는 정신없이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보, 바보!이 세상에, ○와 같은 바보는 다시 없으렷다.’ 그러나 이 나로 말하더라도 어지간한 바보이었었다.자기의 역량을 너무 심하게 믿은 나는,이 세상에는 나의 힘으로도 당치 못할 ‘되어가는 대로 의 힘’ 이라는 것을 몰랐다. ○의 아내와 A씨가 만나게 되어?그런 일은 제 이의 문제이다. 첫째로,나는 나의 계획이 모두 깨어져 나간다는 파천황 의 일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동시에 나의 자존심은 모두 부스러져 나갔 다. 즉, 나의 자존심은 다시 분연히 머리를 들었다. ‘무얼?내 계획이 깨어져 나가?그런 바보엣 소리가 어디 있어. 이 세상 의 모든 다른 힘을 짓부수고 내가 성공의 무대에 올라서는 것을 보아라.오 늘 밤 A씨가 부산으로 간다면 나도 따라갈 뿐이다.A씨가 ○일행과 만날 때 는 나도 또한 ○일행과 만날 테다. 지금이 몇 시인가?’ “난 모르겠시다. 해해해해.” 뒤에서 황해도 여인인 듯한 대단히 젊은 소리가 날카롭게 나며 가벼운 발 걸음 소리가 나의 뒤를 달아난다.동시에, “지랄할 것, 달아나깅 와 달아낭고?” 하면서 그 여편네를 따라가는 미투리의 소리가 질벅질벅 났다. ‘되지 않은 것. 모르긴 무얼 몰라.난, 모든 것을 다 안다. 맨 마지막의 성공자는 암만하여도 이 나 밖에는 없을 것을 ─ 전보가 왔으렷다.’ 나는 난간을 떠나서 바삐 여관으로 돌아왔다. 나의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에,사환애가 전보를 한 장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내일 아침 출발. ○.’
23
나는 시계를 꺼내어 보았다. 그리고 곧 A씨를 찾아보려 우산을 가지고 다 시 나섰다.만약 A씨가 정거장으로 갔으면 곧 돌아서서 정거장까지 나가 볼 작정으로……. A씨는 아직 떠나지 않고 집에 있었다.초대면은 인사가 끝난 뒤에 그는 시 커먼 눈을 휘두르며 나를 흘겼다. “여보, 하루 종일 기다렸소.”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어느 친구네 집에를 갔다가 트럼프를 시작하기 때 문에 그만 거기 정신이 팔려서 잊었습니다.” “당신의 도박 때문에 하루를 공연히 허비했소. 허허허, 어이가 없어 …….” “아까, 뉘 말을 들으니깐, 은행에서 돈을 마련하였다구요?” “마련?두 분 늦었다구 못했소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A씨를 주었다.그는 그것을 받아서 헤어보지 도 않고 주머니 속에 잡아넣었다. “세 보시지요.” “뭐…….” “오늘 밤 떠나십니까?” 그는 시계를 꺼내어 보았다. “내일 아침…….” “네, 그러면 평안히 다녀오시지요.” 나는 그의 집을 나섰다. 내일 A씨가 떠난다 하면,○와 서로 중도에서 기 차가 어길 것이었다.그러나 만에 일 기차가 어기는 데서 서로 만난다 할지 라도 그런 것은 걱정이 없는 일이었다.○의 아내가 반갑게 A씨에게 웃음을 던진단들 기차의 어기는 데서 만난 육촌 오누이의 인사가,어찌(시기로) 마 비된 ○의 신경을 자극하랴.A씨는 역시 닭 쫓던 개일 밖에는 수가 없을 것 이었었다. 나는 씩 웃으면서 우산을 폈다.
24
이튿날 저녁에 ○의 부처가 왔다. 나는 잠깐 관격으로 앓았노라고 핑계를 대었다.또 이틀 지나서 닭 쫓아갔던 개인 A씨가 서울로 돌아왔다.○는 잠시도 나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잠잘 때만 할 수 없이 집에 가서 자고는,깨기만 하면 곧 내게로 오고 하였다. 나도 또한 그를 혼자 두 고 싶지 않았다.내가 같이 있을 동안은 설혹 그의 아내와 A씨가 ○의 눈앞 에서 만난다 할지라도(나를 두려워하여) 마음놓고 덤비지 못한다.그러므로 ○가 나와 같이만 있으면 제 아내의 수상한 점은 당분간 발견치 못할 것이 었었다.더구나 슬픔으로 말미암아 온갖 기관이 마비된 그로서는 조그만 수 상한 점이 있다 할지라도 그저 넘길 처지이니까……. 그러나 나의 눈으로서는 그는 너무도 참혹한 사람이었었다.언제든 정신 없는 듯이 눈이 멀진멀진하며, 묻는 말에도 뚱딴짓 대답을 하기가 예사이 며,불쌍하도록 모든 말을 순종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