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 을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 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 에 웃었다.“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도 지기 전에 김첨 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첨지는 연해 코를 들이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 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김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 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 데.” 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 다. “안 죽었어,안 죽었대도 그래.” 김첨지는 화증을 내며 확신 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기어이 일 원 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 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김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 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 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 무시한 정적(靜寂)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이 다리가 떨렸 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 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 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 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 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 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첨지 의 코를 찔렀다. 방 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 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 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 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 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 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 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이 눈깔!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 끝엔 목이 메였다.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 하게도 오늘은!운수가, 좋더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