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나는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가 이상한 병에 걸리기는 다섯달 전쯤이 다.처음에는 입맛이 없어져서 음식은 못 먹으면서도 배는 차차 불러지고, 배만 불러질 뿐 아니라,온몸이 부으며 그의 얼굴은 바늘 끝으로 꼭 찌르면 물이라도 서너 그릇 쏟아질 것같이 누렇게 되었다.그의 말을 들으면 배도 그 이상으로 되었다 한다. 그렇다고 몸이 어디가 아프냐 하면 그렇지 않고,다만 어지럽고 때때로 구역이 날 뿐이다. 그는 S의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었다.그러나 병은 조금도 낫지 않고 점점 더해갈 뿐이다. 마침내 그는 S의원에 입원하였다.나는 매일 그를 찾아가보았다. 그는 언제든지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있다가 내가 가면 기뻐서 맞고 곧 담배를 청한다.예수교 병원이라 입원 환자의 담 배 먹는 것을 금하므로 그는 내가 가야 담배를 먹는다.간호부는 그와 서로 아는 처지이므로 다만 씩 웃고 볼 따름이다.그의 뛰노는 성질은 병원 안에 가만히 갇혀 있는 생활이 무한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나는, 무슨 일로 여행을 좀 하게 되어 그 준비로 이삼 일 동 안 병원에 못 갔다가,이삼 일 뒤에 작별을 하러 가니까 그의 병이 격변하 여 면회 사절이라 한다.원장은 마지막 그에게 죽음을 선고하였단 말을 들 었다.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죽는다.그 활기가 목 안에 차고 남아서 그 주위의 대기에까지 활기 를 휘날리던 그가 죽는다. 믿을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이란…….’ 나와 그와의 교제는, 때는 없었다. 그러나 깊었다.나는 곤충학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을 때에, 그는 시에 대한 천재로서,그의 시는 때때로 신문 이나 잡지상에서 볼 수가 있었다.그렇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 었다.자연을 끝까지 개척하여 우리 인생을 정력뿐으로 된 세계를 만들어보 겠다는 과학자인 나와,참 자기의 모양을 표현하고야 말겠다는 예술가인 그 와는,참 자기를 표현한다하는 데 공통점이 있었다. 나와 그의 교제의 때는 없었으되,깊은 것은 이와 같이 서로 주지상(主旨上)의 공통점을 토정한 데 말미암았으리라.그가 죽음을 선고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에 나의 놀란 것은 ‘사회를 위하여,아까운 재자(才子)를 하나 잃는 것이 슬프므로’라고 하 고는 싶지만,그 실로는 이만큼 서로 통정한 벗(나에게는 그 M만큼 서로 이 해하는 벗이 또다시 없다)을 잃어버리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하여 싫었다.이튿날, 나는 마침내 되게 앓는 벗을 버려두고 오래 벼르던 여행을 강원도 넓은 평원으로 떠났다.나의 여행의 목적은 곤충채집에 있다.포충망과 독호(毒壺)를 가지고 벌판을 이리저리 두 달 동안을 돌아다닐 동 안 은오절류(隱五節類),호접류(胡蝶類), 모시류(毛翅類) 등에 속할 진귀한 벌레를 많이 얻었다.이로 말미암아 죽어가는 대로 M을 얼마 동안 버려두고 잊고 있었다.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때에 내 책상에는 여러 장 편지가 있는 가운데 M의 편지도 있었다.
나는 죽는다. 원장까지 할 수 없다 한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을 미 워한다.그들에게 하루바삐 나와 같은 경우가 이르기를 바란다. 군에게 도……. 그러나, 나는, 죽기 전에 군에게 이 대필 편지로써라도 작별은 안 할 수가 없다. 군을,‘살아 있는 사람’ 으로서 미워는 하지만 동시에 사 랑하는 벗으로서는 죽기까지 잊을 수가 없다.나의 이렇게 편벽된 마음을 군은 용서할 줄 믿는다.
이와 같은 뜻의 글이 M의 글씨가 아닌 글로써 병원용전(病院用箋)에 씌어 있다.개를 끝없이 사랑하던 애가, 개가 박살당한 뒤에 깨닫는 것 같은 외로움을 맛보면서, 나는,이 편지를 쓰던 당시의 일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M은 뚱뚱 부은 몸집을 억지로 한 팔로 의지하고,반만큼 일어나서, 대필인 에게 구슬을 한다.대필인은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을 미워한다’는 조목에 와서는, 그런 구(句)는 그만두자고 한다.M은 낯을 찡그리고 목쉰 소리로 고함친다. 너는 이렇게 죽는 사람의 마지막을 무시하느냐고.대필인은 놀라 서 할 수 없이 쓴다. M은 맥난 몸을 덥석 병상 위에 도로 놓은 뒤에 눈을 감는다.이제 곧 이를 죽음은 생각 안 나고, 그에게는 삶에 대한 끝없는 집 착만 깨닫는다. ‘나는 왜 죽느냐!모든 사람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물은, 식물은 심지 어, 뫼, 시내,또는 바위까지라도 살아 있는데, 나는 왜 죽느냐. 전차가 다 닌다. 에잇!골난다. 모두 다 이 세상에 죽어버려라. 없어져라, 나와 함께 없어져버려라!” 끝까지 흥분된 그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누렇게 부은 얼굴에는,그대로 남아 있던 피가 모여서 새빨갛게 충혈이 된다. ‘아, M은 죽었다.’ 벗을 생각하는 정인지,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지, 나의 눈에는 뜨거 운 눈물이 떠올랐다.남보다 곱이나 삶에 집착성에 있던 M은, 남보다 곱 죽음을 싫어하였을 것 은 정한 일이다.그런 M이, 자기에게 죽음이 이르렀을 때에 온 천하여 없어 져버리라고 고함친 것이 무슨 이상한 일일까?나는 곧 전화로써 S의원에 M의 무덤을 물어보았다. 벗의 혼을 위로하려는 정보다도,나의 양심에 M에 대한 반정(反情)을 시인시키기 위해서 그의 무 덤 위에 한 잔의 술이라도 붓지 않을 수 없었다.병원측의 회답은 요령을 얻을 수가 없다.M이라 하는 사람이 입원하였지만 완쾌하여 퇴원하였다 한 다.이름 같은 딴 사람인가 하여 다시 물어보았지만 자기는 아직 견습 간호 원이니까 잘 모른다 하므로,원장을 찾으니, 원장은 여행 중이요, 대진(代 診)은 병중(病中)이요,S라 하는 M의 간호부는 이제 그만두었다 한다. 나는 교자에 돌아서 앉아서,하하하하 웃기 시작하였다. “M이 살았어!M이 죽고도 살았어!죽음은 즉 삶의 밑이란 말인가?하하하 하” 그렁저렁 한 달이 지나서, 나흘 전 일이다. 한 달 동안을,생각하여도 평안북도 이상으로는 생각 안 나는 M의 고향을 또 생각하며 있을 때에,사환애가 들어와서, 꼭 M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한 다. ‘M은 안 죽었다!그러나, 이런 일이 능히 있을까?원장이 내던진 환자를 누가 살렸을까?그가 살아 있다!견습 간호원의 전화, M이 죽으면 신문에도 났을 터인데, 나는 못 봤다. 그는 살았다.’ 한 초 동안에, 이만큼 정돈된 생각이 머리에 지나가며, 흩어진 머리를 본 능적으로 거스르며,나는 문으로 뛰어나갔다. 문에 이르렀을 때에, M의 모 양은 안 보였지만,M에게서 난 듯한 활기가, 그 근처 대기 중에서 맛볼 수 가 있었다. 나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서,마주치는 사람을 붙들었다. “왔구만. 왔구만. 죽지 않구, 튼튼해서……” “그만, 안 죽었네.” M의 목소리다. 나는 눈을 들어 M을 보았다.‘언제 병을 앓았나?’ 하는 듯 한 혈기가 가득 찬 그의 얼굴은 정다운 웃음을 띠고 나를 들여다본다. “자, 들어가세.” 나는 그를, 안다시피 하여 응접실로 들어와서 함께 앉았다. 나는 물었다. “그런데, 웬일이야?” 그는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는 그 ‘웬일’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다니니…….” “사람의 목숨 한 개에 금 1전 5리의 정가표가 붙어야겠데.” 이번은,내가 물끄러미 그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설명하였다. “이 감상 일기를 보면 알겠지.어떻든 난 다시 살았네. 한 달 전에 퇴원 해서, 한 달 동안을 유쾌한 여행을 하구.지금은 전에 곱 되는 왕성한 원기 를 회복해가지구, 자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나?암만 왕성한대두 정가 금 1 전 5리지만…….” 그는, 그의 특색인 악필로써 원고용지에 되는 대로 쓴 원고를 한 줌 내놓 는다. 나는,그 ‘1전 5리’의 이유를 빨리 알고 싶어서 원고를 빼앗는 듯이 하 여 읽기 시작하였다.
나와 목숨 ─ M의 감상 일기
조각글ㆍ1
생각다 못하여, 친척들의 친고를 들어서, 나는, 그리 아프지는 않되,불유 쾌하게 배가 저릿저릿하고 구역이 연하여 나오는 병의 몸을, 억지로 인력거 에 싣고,우리의 눈에는 현세 지옥으로 비치는 병원으로 입원차로 향하였 다.인력거의 검은 바퀴가 돌을 치고 들썩들썩 울릴 때마다, 그 불유쾌한,오 히려 극도로 아픈 편이 시원할 만한 배의 경련이 일어나며,구역이 목에까 지 나와서 걸려서 돌아간다. 하늘은,망원경으로 내다보는 것같이 조그맣고 그 빛은 송화빛 이상으로 노랗고, 잿빛 이상으로 어둡다.끝없이 노란 것 같기도 하고, 또는 곧 머리 위에서 누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는,샛노란, 괴상한 구름이 속력 을 역(力)하여서 인력거와 경주하자는 듯이 남편으로 달아난다.샛노란 해 는, 꼭 아마 맞은편에 정면으로 보아도 눈이 시지 않도록 어둡게 걸려 있 다.구름은 약간 있지만, 흐린 봄날대고는 맑은 셈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겨울날보다도 더 어두웠다.해도 어둡거니와, 그보다 더 어두운 것은 나의 머리이다. 별로 어둡고 무 겁고,내 살이라고 똑똑히 알지 못하리만큼, 온전히,나의 몸과는 몰교섭인 살덩이가 염치없이 몸집 위에 올라앉아 있고,몸집과 머리를 연한 그 이상 한 무엇인지 모를 흐늘흐늘하는 앞으로 늘어진 것에게서는,그치치 않고 구 역이 자꾸 난다. 구역이 나면서도 그것이 토하여지면 오히려 낫겠지만,이 구역은…… 그것은, 영문 모를 것으로서, 몸속에서만 나고,침은 뱉으면 몇 초가 못 되어 입으로 다시 차고, 또 뱉으면 또다시 차고 하며,가슴에서 일 어난 구역을, 꿀꺼덕 참으면, 그 구역은 배로 내려가서 한참 배에서 돌아가 다가,돌아서서 머리로 가서는, 모든 감각을 없이 하며,도로 돌아서서 손 가락으로 가서는 거게 경련을 일으킨다. ‘죽어라.’ 나는 저주한 뒤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서 밖에 감각이 적어지니,죽게 불유쾌하던 그 경련과 구역이 아픔으로 변하고 만다. 경련보담은 아픔이 어 찌 나은지 모르겠다.숨을 편히 쉴 수가 있다. ‘이것이다!사람이란, 눈을 감은 뒤에야 처음으로 낙을 얻는다.’ 나로서도 뜻을 모를 생각을 한 뒤에, 기껏,먼지 많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인력거는, 경종을 연하여 울리며,험한 길의 돌을 차고 올라뛰면서 멀리 서천축까지라도 가는지, 한없이 한없이 달아난다.11시 반에 인력거에 올라 서 아직 오포 소리를 못 들었지만, 내게는,하루를 지나서 그 이튿날 저녁 이라도 된 것 같다. 시간을 좀 알고 싶었지만,내 손에서 내 포켓까지는 몇 세기의 상거와 몇 백 리의 거리가 있으므로 못하였다.참다 못하여 눈을 떴다. 경종에 놀라서 후덕덕후덕덕 가로 뛰는 사람들은, 마치,우리가 흔히 상상 하는 바 지옥의 요괴들이 염라대왕 앞에서 춤을 출 때의 뛰는 모양, 그것이 다.“재미있다.” 중얼거렸다. 무엇인지, 하늘의 요괴들이 모두 내려와서 나를 간지럼시키는 것 같다.온 몸에 참지 못할 경련이 일어나고, 땀구멍마다 구역이 난다.나는 칼이라도 하나 있으면 인력거에서 뛰어내려서 여남은 사람 찔러 죽이지 않고는 못 견 디리만큼 긴장되었다.내가 이 병(의사도 모르는)에 들리기는 두 달 전이다. 첫번에는 음식이 먹 기 싫었다. 배는,언제든지 불러 있었다. 자양분이 많다는 빵을 먹어보았지 만, 그것도, 곧 도로 입으로 나왔다.배는, 애 밴 계집애같이, 차차 불러오 다가 며칠 지나서는, 그것이, 마치,잘 익은 앵두와 같이 새빨갛고 말쑥하 게 되어서, 바늘로 꼭 찌르면,눈에 눈물 맺히듯 앵즙이라도 맺힐 듯이 되 고, 그와 함께 그 반대로 얼굴에는,눈에 충혈된밖에는 핏기운 없이 노랗다 못하여 파랗게까지 되었다. 머리는 차차 무거워져서,마지막에는 온 체중이 머리로 모였다가, 지금은, 머리와 몸집은 온전한 두 개체가 되었다.나는 때때로 머리를 어디다가 처치할꼬 생각하였다. 정신은 하나도 없어졌다.이전 공상에 나타났던 일과 실재와 일을 막 섞어 서, 나는,참 행복아의 즐거움도 누려보고 어떤 때는 그와 반대로 끝없는 비애로 속을 썩여본 일도 있다.역사상의 유명한 사람 몇이와 우교(友交)까 지 맺어본 일이 있었다.때때로 현실의 병중인 내가 생각될 때는, 머리에서 부터 냉수를 끼얹은 것 같은 소름과,어떻다 형용할 수 없는 악마적 무서움 이 마음을 깨뜨린다. 진단한 의사는, 누구든,아무 표정 없이 돌아서고, 약이라고 주는 것은, 쓸데없는 물과 가루이다. 입원. 마침내,나는 면할 수 없이 여기 마주치게 되었다. 망원경으로 보는 것같이 조그맣고 샛노란 하늘은 흔들리고,죽음의 이상하 게 범벅된 거리는, 그 하늘 아래서 아니 하늘 위에서…… 어딘지 모를 데서 목마른 소리로 지껄이고 있다.구역을 참다 못하여 눈을 또 감았다. 인력거는 그냥 한없이 달아난다. 눈 가죽을 꿰고,햇빛은 주홍빛이 되어 피곤한 시신경을 지나서, 목을 늘이고 있는 뇌에 가서,싫다는 뇌를 잡아가지고 희롱을 한다. 오포의 쾅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니,인력거는 채를 놓으며, 눈앞에 는,S의원의 시뻘건 지옥이 두 손을 포켓에 넣고 보기 싫은 웃음을 웃고 있 다.나는 흡력으로 말미암아, 스르륵 병원 안에 빨려들어갔다.
조각글ㆍ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