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그 뒤부터는 한 십여 일 건너서는 하나씩 지었는데, 그것이 지금 보면,한 가지의 방화사건이 생길 때마다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편지마따나,얼마 지나서부터는 차차 그 힘과 야성이 적어지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가만계십쇼.그 사람이 그 다음에도 ‘피의 선율’이나 그 밖에 유명한 곡조를 여러 개 만들 지 않았습니까?” “글쎄 말이외다. 거기 대한 설명은 그 편지를 또 보십쇼. 여기서부터 또 보시면 알리다. ” * ……(중략) ××다리 아래로서 나오려는데, 무엇이 발길에 채는 것이 있었습니다.성냥을 그어 가지고 보니깐, 그것은 웬 늙은이의 송장이었습니다.저는 그것이 무서워서 달아나려 다가, 돌아서려던 발을 다시 돌이켰습니다. 그리고,선생님은 이제 제가 쓰는 일을 이해하여 주실는지요.그것은 너무도 기괴한 일이라 저로서 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 송장을 타고 앉았습니다.그리고 그 송장의 옷을 모두 찢어서 사면으로 내어던진 뒤에, 그 벌거벗은 송장을,(제 힘이라 생각되지 않는) 무서운 힘으로써 높이 쳐들어서, 저편으로 내어던졌습니다. 그런 뒤에는,마치 고양이가 알을 가 지고 놀 듯, 다시 뛰어가서 그 송장을 들어서, 도로 이편으로 던졌습니다.이렇게 몇 번을 하여 머리가 깨지고, 배가 터지고―--- 그 송장은 보기에도 참혹스러이 되었습니다.그리 하여 그 송장을 다시 만질 곳이 없이 된 뒤에,저는 그만 곤하여 그 자리에 앉아서 쉬려다 가 갑자기 마음이 긴장되고 흥분되어서,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날 밤에 된 것이 ‘피의 선율’이었습니다.* “선생은 이러한 심리를 아시겠습니까?” “글쎄요.” “아마, 모르실걸요, 그러나 예술가로서는 능히 머리를 끄덕일 수 있는 심리외다.그리고 또 여기를 읽어 보십시오.” * ……(중략) 그 여자가 죽었다는 것은 제게는 사실 뜻밖이었습니다. 저는,그날 밤 혼자 몰래 그 여자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그리고 칠팔 시간 전에 묻어 놓 은 그의 무덤의 흙을 다시 파서 그의 시체를 꺼내어 놓았습니다.푸르른 달빛 아래 누워 있는 아름다운 그의 모양은 과연 선녀와 같았습니다.가볍게 눈을 닫고 있는 창백한 얼굴, 곧은 콧날,풀어헤친 검은 머리―--- 아무 표정도 없는 고요한 얼 굴은 더욱 처염함을 도왔습니다.이것을 정신이 없이 들여다보고 있던 저는 갑자기 흥분이 되어, 아아,선생님 저는 이 아래를 쓸 용기가 없습니다. 재판소의 조서를 보시면 저절로 아실 것이올시다.그날 밤에 된 것이 ‘사령(死靈)’이었습니다. * “어떻습니까?” “……” “네?” “……” “언어도단이에요?선생의 눈으로는 그렇게 뵈시리다. 또 여기를 읽어 보십쇼.” * ……(중략) 이리하여 저는 마침내 사람을 죽인다 하는 경우에까지 이르렀습니다.그리고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한 개의 음악이 생겨났습니다.그 뒤부터 제가 지은 그 모든 것은 모두 다 한 사람씩의 생명을 대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전 더 보실 것이 없습니다.그런데 그만큼 보셨으면 성수에 대한 대략한 일은 아셨을 터 인데, 거기 대한 의견이 어떻습니까?” “……” “네?” “어떤 의견 말씀이오니까?” “어떤 ‘기회’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가지고 있는 천재와 함께,‘범죄 본능’ 까지 끄을어내었다 하면,우리는 그 ‘기회’를 저주하여야겠습니까 혹은 축복하여야겠습니 까?이 성수의 일로 말하자면 방화, 사체 모욕, 시간, 살인, 온갖 죄를 다 범했어요.우리 예 술가협회에서 별로 수단을 다 써서 정부에 탄원하고 재판소에 탄원하고 해서 겨우 성수를 정신병자라 하는 명목 아래 정신병원에 감금했지,그렇지 않으면 당장에 사형이 아닙니까.그런데 이제 그 편지를 보셔도 짐작하시겠지만 통상시에는 그 사람은 아주 명민하고 점잖 고 온화한 청년입니다.그러나, 때때로 그, 뭐랄까, 그 흥분 때문에 눈이 아득하여져서 무 서운 죄를 범하고 그 죄를 범한 다음에는 훌륭한 예술을 하나씩 산출합니다.이런 경우에 우리는 그 죄를 밉게 보아야 합니까,혹은 그 범죄 때문에 생겨난 예술을 보아서 죄를 용서 하여야 합니까?” “그게야 죄를 범치 않고 예술을 만들어 냈으면 더 좋지 않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러나 이 성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니깐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결하렵니 까?” “죄를 벌해야지요. 죄악이 성하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습니다.” K씨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렇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예술가의 견지로는 또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베토벤 이후 로는 음악이라 하는 것이 차차 힘이 빠져 가서 꽃이나 계집이나 찬미할 줄 알고 연애나 칭 송할 줄 알아서 선이 굵은 것은 볼 수가 없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엄정한 작곡법이 있어서 그것은 마치 수학의 방정식과 같이 작곡에 대한 온갖 자유스런 경지를 제한해 놓았으니깐 이후에 생겨나는 음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전에는 한 기술이 될 것이지 예술이 될 수 는 없습니다. 예술가에게는 이것이 쓸쓸해요. 힘있는 예술, 선이 굵은 예술, 야성으로 충일 된 예술―---는 이것을 기다린 지 오랬습니다. 그럴 때에, 백성수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말 이지 백성수의 그새의 예술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의 문화를 영구히 빛낼 보물입니다. 우리의 문화의 기념탑입니다. 방화?살인?변변치 않은 집개, 변변치 않은 사람개는 그의 예술의 하나가 산출되는 데 희생하라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천 년에 한 번, 만 년에 한 번 날지 못 날지 모르는 큰 천재를,몇 개의 변변치 않은 범죄를 구실로 이 세상에서 없이 하여 버린다 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 아닐까요.적어도 우리 예술가에게는 그렇게 생각됩 니다.” K씨는 마주앉은 노인에게서 편지를 받아서 서랍에 집어넣었다.새빨간 저녁 해에 비치어 서 그의 늙은 눈에는 눈물이 반득였다. 출전: 중외일보(192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