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光浩氏[윤광호씨]에 關[관]하여 緊急[긴급]히 相議[상의]할 일이 있사 오니」한 主人[주인]의 葉書[엽서]를 보고 動物發生學[동물발생학]을 보던 俊元[준원]은 놀래었다.그 동안 二[이], 三週日[삼주일]에 한 번 光浩[광 호]를 만나지 못한 것과 또 光浩[광호]가 近來[근래]에 精神上[정신상] 一 大動搖[일대동요]가 生[생]한 모양이 보임을 綜合[종합]하매 무슨 凡常[범 상]치 아니한 事件[사건]이 發生[발생]한 줄을 斟酌[짐작]하고 即時[즉시] 宿所[숙소]를 떠나 찬바람을 거스르면서 本鄕區[본향구] R舘[관]을 訪問[방 문]하였다. 主人老婆[주인노파]는 寒喧[한훤]도 畢[필]하기 전에 光浩[광 호]가 近來[근래]에 前[전]에 없이 沈欝[침울]함과 昨日[작일]에 學校[학 교]에 가다가 一時間[일시간]이 못하여 돌아온 것과 어제 終日[종일] 자리 에 누웠던 것과 今朝[금조]에 무슨 便紙[편지]를 받더니 술을 먹고 册[책] 과 寢具[침구]를 찢은 것을 말하고 나중에, 「失戀[실연]이 아닐까요?」한다. 俊元[준원]은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글쎄요.」 하면서 二層[이층] 光浩[광호]의 房[방]에 들어갔다.光浩[광호]는 朦朧[몽 롱]한 눈으를 물끄러미 俊元[준원]을 보더니, 똑똑지 아니한 말로,「당신이 金俊元[김준원]이라는 사람이요. 옳지 잘 오셨소, 앉으시오.」 하고 술甁[병]을 들어,「자 한 잔 잡수시오. 우리같이 黃金[황금]도 없고 美貌[미모]도 없고 生 存競爭[생존경쟁]에 劣敗[열패]한 者[자]는 술이나 먹어야지요.」 하며 떨리는 손으로 强制[강제]하는 듯이 俊元[준원]에게 술을 勸[권]한다.俊元[준원]은 辭讓[사양]치 아니하고 두어 잔을 마셨다.그러고 말 없이 光 浩[광호]의 얼굴을 본다.光浩[광호]의 얼굴에는 苦悶[고민]한 빛과 世上 [세상]을 嘲弄[조롱]하고 自暴自棄[자포자기]하는 빛이 보인다.光浩[광호] 는 미친 듯이 껄껄 웃으며,「나도 近日[근일]에 西洋哲學史[서양철학사]를 보았읍니다……헤, 헤, 보 았어요. 탈레스라는 사람이 世上[세상]은 물로 되었다고 그랬읍디다.그런 미려한 놈이 어디 있겠소. 宇宙[우주]가 물로 되었으면 불을 무엇으로 解釋 [해석]하려고 그러는가요.하하 그따위 놈이 다 哲學者[철학자]라고……하 하 게다가 哲學者[철학자]의 始祖[시조]라고…….」 하고 麥酒[맥주] 한 甁[병]을 통으로 마시더니 손으로 입을 씻으며, 「그것이 말이 되오.……아, 내가 只今[지금] 무슨 말을 하던가.」 하고 생각한다. 俊元[준원]이가, 「탈레스 攻擊[공격].」 하고 웃는다. 光浩[광호]는 이제야 생각이 나는 듯이 무릎을 툭 치며, 「옳지, 옳지, 탈레스.탈레스. 그런 미련한 놈이.」 하고 탈레스가 宇宙[우주]는 물로 되었다는 말과 그러고 보면 불을 說明[설 명]할 수 없다는 말을 두어 번 더 하고 無數[무수]히「미련한 놈」이라고 叱辱[질욕]한 뒤에 一段[일단] 소리를 높이고 고개를 번쩍 들며,「나는 ─ 이 尹光浩氏[윤광호씨]는 말이야요 ─ 나는 宇宙[우주]는「돈」 으로 되었다 합니다.」 하고 또 麥酒[맥주] 한 甁[병]을 잡아 당기며, 「이 좋은 술도 돈만 주면 옵니다그려.돈만 있으면 가지지 못할 것이 없 고 하지 못할 일이 없구려.」 하고는 自矜[자긍]하는 듯이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며 껄껄 웃더니,「당신도 賛成[찬성]하라」는 듯이 俊元[준원]을 보다가 俊元[준원]의 잠잠함을 보 고, 「왜 말이 없소. 그렇지요?내 말이 옳지요?」하고 몸을 흔들다. 俊元[준원]은 光浩[광호]가 이처럼 激變[격변]한 것을 보매 한끝 불쌍하면서 한끝 興味[흥미]있게 생각하며, 「대관절 무슨 일이요?왜 이 모양이 되었소?」하는 말소리는 떨린다. 「하하. 돈이 없어서, 녜 돈이 없어서.」 하고 拇指[무지]와 食指[식지]로 環[환]을 作[작]하여 俊元[준원]의 코를 찌를 듯이 쑥 내어밀고,「이것이가 없어서. 녜 그러고.」 하고 環[환]을 作[작]하였던 食指[식지]로 거무데데한 自己[자기]의 얼굴을 가리키면서,「또 이것이 잘못 생겼어요. 하나님이 이것을 만들 때에는 좀 싫증이 났던 지 눈과 코를 되는 대로 만들어서 되는 대로 붙이고……글쎄 이렇게 못되게 만들 것이 무엇이요.」 하는 造物主[조물주]를 猛責[맹책]하는 듯이 憤怒[분노]하는 顔色[안색]과 語聲[어성]으로,「글쎄, 이렇게 못되게 醜[추]하게 만들 法[법]이 어디 있어요.」 하고 주먹으로 두 뺨을 탁탁 때리고 엉엉 울더니 다시 하하 하고 웃으며,「좀 하얗게 닦아 주지야 왜 못하겠소.」 하고 고개를 숙인다.俊元[준원]은 光浩[광호]의 검고 좁고 눈은 크고 코는 넓적하고 여드름 많이 돋은 얼굴을 보고,또 光浩[광호]의 造物主[조물주] 의 솜씨를 攻擊[공격]하는 말을 들으매 우스움을 참지 못하여 하하 웃었다.光浩[광호]도 하하 하고 웃더니 갑자기 시침이를 뚝 떼고, 俊元[준원]의 팔 을 잡아채며, 「왜 웃소?응 왜 웃어요. 내 이 얼굴이 우습소.이 造物主[조물주]의 싫 증이 나서 되는 대로 만들어 놓은 이 얼굴이 우습소?」하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땅을 치며 말 끝을 돌려, 「우주는 돈으로 만들었다 하는 내 말이 어때요.내가 탈레스보다 용하지 요. 이놈 무엇이 어째.」 하고 탈레스가 自己[자기]의 앞에 앉았는 듯이 눈을 부르뜨며, 「宇宙[우주]가 물로 되었어?불은 무엇으로 說明[설명]하고?宇宙[우주] 는 돈으로 되었나니라 하하.」 하고 또 拇指[무지]와 食指[식지]로 環[환]을 作[작]하여 내어 두르며,「이놈아 宇宙[우주]는 이것으로 되었어!」하고 껄껄 웃는다. 俊元[준원]은 光浩[광호]가 미치지 아니할까 하고 염려 하였다.그러고 사람이 이렇게도 卒變[졸변]하는가 하고 놀래었다.俊元[준 원]의 보기에 光浩[광호]는 이제 다시 完人[완인]이 될듯하지 아니하였다.
六[육]
겨우하여 俊元[준원]은 光浩[광호]의 이번 發狂[발광](俊元[준원]은 이렇 게 부른다)은 P에 對[대]한 失戀[실연]이 原因[원인]인 줄을 알았다. 그리 고 俊元[준원]은 十二[십이], 三年前[삼년전] 일을 생각하고 쪽 소름이 끼 쳤다. 俊元[준원]이 처음 東京[동경]에 왔을 때에 俊元[준원]을 사랑하는 어떤 日本靑年[일본청년]이 있었다. 그 靑年[청년]은 某大學[모대학]의 英文科 [영문과]를 卒業[졸업]하고 獨語[독어]와 漢語[한어]와 朝鮮語[조선어]까지 能[능]한 二十三[이십삼], 四歲[사세] 되는 名士[명사]로 社會[사회]의 囑 望[촉망]도 多大[다대]하였다. 그가 偶然[우연]히 十三[십삼], 四歲[사세] 되는 俊元[준원]을 만나 俊元[준원]을 熱愛[열애]하게 되었다. 그때에 俊元 [준원]은 紅顔美少年[홍안미소년]이라는 嘲弄[조롱]을 들을 만한 美少年[미 소년]이었다. 그 靑年[청년]은 날마다 俊元[준원]을 아니 보고는 견디지 못하고 보면 손 을 잡고 쓸어안고 或[혹] 입도 맞추려 하였다. 처음에는 그 靑年[청년]의 親切[친절]함을 기뻐하던 俊元[준원]도 이에 이르는 그 靑年[청년]에게 對 [대]하여 厭避[염피]하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俊元[준원]은 아무쪼록 그 靑年[청년]과 會見[회견]하기를 避[피]하였다. 그 靑年[청년]은 每日[매일] 四[사], 五次[오차]씩 飮食[음식]을 차려 놓고 俊元[준원]의 오기를 請[청] 하는 葉書[엽서]를 띄우고 나중에는 四[사], 五次[오차]씩 電報[전보]도 놓 았다. 그러나 俊元[준원]은 더욱 厭症[염증]이 나서 가지 아니하였다. 그 靑年[청년]은 그때마다 차렸던 飮食[음식]을 방바닥에 뒤쳐엎고 되는 대로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견디다 못하여 하루는 面刀[면도]를 품고 俊元[준 원]의 집에 갔다. 俊元[준원]은 自己[자기]를 죽이려는 줄 알고 엉엉 소리 를 내어 울었다. 그 靑年[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아니, 面刀[면도]를 가지고 온 것은 그대를 죽이려 함이 아니요, 내가 죽으려 함이로다. 내 生命[생명]을 끊을지언정 차마 사랑하는 그대의 손가 락 하나인들 傷[상]하랴.」 하고 俊元[준원]에게 自己[자기]를 사랑하여 주기를 懇求[간구]하였다. 그 러나 俊元[준원]은 明答[명답]지 아니하였다. 이에 그 靑年[청년]은 주먹으 로 數十次[수십차]나 自己[자기]의 가슴을 때려 마침내 多量[다량]의 吐血 [토혈]을 하고 喀血[객혈]이라는 病名[병명]으로 五週日間[오주일간]이나 入院治療[입원치료]하였다. 入院中[입원중]에는 俊元[준원]도 그 靑年[청 년]이 불쌍하기도 하고 未安[미안]하기도 하여 가끔 慰問[위문]하였다. 俊 元[준원]의 얼굴만 보면 病狀[병상]에 누운 그 靑年[청년]은 기쁜 듯이 빙 그레 웃었다. 그러나 退院後[퇴원후]에는 俊元[준원]은 一次[일차]도 그 靑年[청년]을 訪問[방문]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下宿[하숙]을 옮기고 番地[번지]도 알리지 아니하였다. 그 後[후] 一年[일년]이 지나서 俊元[준원]은 그 靑年[청년]이 地方[지방] 某中學校[모중학교] 敎諭[교유]로 갔다는 말을 듣고 또 酒妄[주 망]군이 되어 學校[학교]에서 排斥[배척]을 當[당]하며 親知間[친지간]에도 亡家子[망가자]라는 稱呼[칭호]를 듣는단 말을 들었다. 그 後[후] 七[칠], 八年間[팔년간] 消息[소식]이 漠然[막연]하다가 再昨年[재작년] 俊元[준원] 이 新義州[신의주]에 旅行[여행]할 때에 偶然[우연]히 그 靑年[청년]을 만 났다. 그 容貌[용모]는 焦悴[초췌]하고 衣服[의복]은 襤褸[남루]하였다. 여 름이언마는 그는 冬節中折帽[동절중절모]를 쓰고 술이 반쯤 醉[취]하였으며 나막신도 다 닳아진 것을 제가끔 신었다. 俊元[준원]은 그때에 몸에 소름이 쪽 끼쳐 한참이나 말이 막혔다. 住所[주소]를 물어도 그는 다만, 「天地[천지]가 내 住所[주소]요.」 할 뿐. 俊元[준원]은 料理店[요리점]에 들어가 西洋料理[서양요리]와 麥酒 [맥주]를 響應[향응]하였다. 그 靑年[청년]은 반가운 듯이 鬚髥[수염]난 俊 元[준원]의 얼굴을 보며 辭讓[사양]도 아니하고 주는 대로 술을 마시나 彼 此[피차]에 아무 말이 없었다. 車時間[차시간]이 되어 俊元[준원]의 탄 車 [차]가 떠날 때 그 靑年[청년](이제는 三十[삼십]이 많이 넘었다)은 車窓 [차창]으로 俊元[준원]의 손을 잡으며, 「내 生活[생활]이 이 方向[방향]에 넣게 한 것은 老兄[노형]이외다. 나는 成功[성공]도 없고 希望[희망]도 없고 一生[일생]의 行色[행색]이 이 모양 이외다. 俊元君[준원군]!사랑하는 俊元君[준원군]!나의 眞情[진정]으로 그대의 成功[성공]과 幸福[행복]을 비오.」 하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車[차]가 떠나갈 때에 俊元[준원]은 車 窓[차창]으로 머리를 내어밀고 悄然[초연]히 섰는 그 靑年[청년]을 向[향] 하여 帽子[모자]를 흔들었다. 그러나 俊元[준원]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 얼 마 아니하여 그 靑年[청년]의 모양도 아니 보이게 되었다. 이것을 생각하고 只今[지금] 光浩[광호]의 處地[처지]를 보니, 그 靑年[청년]의 一生[일생] 이 果然[과연] 俊元[준원] 自己[자기]로 말미암아 그렇게 된 듯 하고 또 光 浩[광호]의 一生[일생]도 그 靑年[청년]과 同樣[동양]의 軌道[궤도]를 取 [취]하는 듯하여 俊元[준원]은 戰慄[전율]함을 禁[금]하지 못하였다. 그리 고 다시 光浩[광호]의 얼굴을 보니 光浩[광호]의 웃는 눈에서는 눈물이 흐 른다. 俊元[준원]은 생각하였다. 光浩[광호]는 世上[세상]에 온지 二十四年間[이 십사년간]에 따뜻한 愛情[애정]이란 맛을 보지 못하였다. 母親[모친]의 愛 情[애정]이나 姉妹[자매]의 愛情[애정]도 맛보지 못하였다. 그의 一生[일 생]은 참 永世界[영세계]의 一生[일생]이었다. 人生[인생]에서 愛情[애정] 을 떼어 놓으면 차마 어찌 살랴. 만일 愛情中[애정중]에서 살던 사람을 갑 자기 愛情[애정]없는 世上[세상]에 잡아 넣는다면 그는 一日[일일]이 못하 여서 凍死[동사]하리라. 그러나 光浩[광호]는 아직도 愛情[애정] 맛을 보지 못하였는 故[고]로 至今[지금]토록 살아 왔다. 마치 極海[극해]에서 生長 [생장]한 動物[동물]은 永雪中[영설중]에서도 生存[생존]할 수 있음과 같 이. 그러나 光浩[광호]는 赤道[적도]의 暖流[난류]를 맛보았다. 한 번 이 暖流[난류]의 따뜻한 맛을 본 光浩[광호]는 到底[도저]히 다시 永世界求[영 세계]에서 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暖流[난류]를 求[구]하고 求[구]하다 가 得[득]하면 살고 不得[부득]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그의 生命[생명]은 오직 H의 向背[향배]에 달렸다. 그런데 P는 光浩[광호]를 돌아보지 아니한 다. 이렇게 생각할 때에 光浩[광호]는 소리를 내어 울며, 「나는 죽을랍니다.」 하는 소리는 마치 敗軍[패군]한 將師[장사]가 自刎[자문]하려 할 때에 부르 는 노래와 같이 悲愴[비창]하였다. 俊元[준원]은 더욱 光浩[광호]를 불쌍히 여긴다. 만일 只今[지금]이라도 어떤 부드러운 女子[여자]의 손이 悲憤[비 분]과 失望[실망]으로 破裂[파열]하려 하는 光浩[광호]의 가슴을 만져 주면 光浩[광호]는 蘇復[소복]할 餘望[여망]이 있으리라. 그러나 俊元[준원] 自 身[자신]은 이미 光浩[광호]에게 慰安[위안]을 줄 힘이 없는 줄을 알았다. 「世上[세상]에 따뜻한 女性[여성]의 손이 많기는 많건마는.」 하고 俊元[준원]도 눈물이 흐른다. 俊元[준원]의 눈물은 다만 光浩[광호]를 불쌍히 여기는 생각뿐이 아니요, 同時[동시]에 自己[자기]를 불쌍히 여김이었다.
七[칠]
P는 翌朝[익조]에 新聞[신문]을 보았다.「R舘止宿[관지숙] K大學生[대학생] 尹光浩[윤광호]는 昨日[작일] 午後[오 후]에 短刀[단도]로 自殺[자살]하였는데 그 知己[지기] 金俊元[김준원]을 訪問[방문]하건대 失戀[실연]의 結果[결과]라더라.」 하는 말을 보고 P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설마 自己[자기]를 爲[위]하여 죽 은 것이라고는 생각지 아니하였다. 이 新聞[신문]을 본 朝鮮留學生[조선유 학생]들은, 「흥, 特待生[특대생]!」하고 光浩[광호]를 嘲笑[조소]하고 그 薄志弱行[박지약행]함을 叱辱[질욕] 하였다.P가 新聞[신문]을 들고 茫然[망연]히 앉았을 때에 俊元[준원]은 遑忙[황 망]히 P를 訪問[방문]하였다.그러고 P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면서, 「여보 P氏[씨],그대는 우리 親舊[친구] 한 분을 죽이셨소.」 하고 눈물을 흘린다. P는 놀래었다.그러나 암만해도 光浩[광호]가 自己[자 기] 때문에 죽었으리라고는 믿지 못한다. 「설마 저 때문에 죽었겠어요?」「아니요, 당신 때문에 죽었지요. 당신도 살아가노라면 光浩[광호]의 죽은 뜻을 알리다.」 두 사람은 잠잠하게 光浩[광호]를 생각하였다.光浩[광호]의 屍體[시체]는 警察醫[경찰의]의 檢査[검사]를 받은 後[후]에 靑山墓地[청산묘지]의 一隅 [일우]에 묻혔다.그는 一生[일생]에 오직 하나「特待生[특대생]의 기쁨」 을 맛볼 뿐 이요,永世界[영세계]의 生活[생활]을 보내다가 偶然[우연]히 赤道[적도]의 暖流[난류]를 만나서 그만 融解[융해]되고 말았다.萬人[만 인]의 嘲笑中[조소중]에도 그의 墓前[묘전]에 熱淚[열루]를 뿌린 者[자] 數 人[수인]이 있더라.俊元[준원]도 無論[무론] 그 中[중]에 하나이었다.겨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살을 베는 찬 바람이 靑山練兵場[청산연병 장]의 먼지를 몰아다가 兀兀[올올]한 墓碑[묘비]를 때릴 제 麻布聯隊兵營 [마포연대병영]에서 夕飯[석반] 喇叭[나팔]이 운다. 혼자 十餘年[십여년] 사귀어 오던 光浩[광호]의 墓前[묘전]에 섰던 俊元[준원]은, 「에그 춥다.」 하고 몸을 떨었다. 光浩[광호]의 木牌[목패]에는, 「永世界[영세계]에 나서 永世界[영세계]에 살다가 永世界[영세계]에 죽은 尹光浩之墓[윤광호지묘].」 라고 俊元[준원]이가 손수 쓰고 그 곁에, 「눈이 뿌리고 바람이 차구나 발가벗은 너를 안아 줄 이 없어 안아 줄 이를 찾아 永遠[영원]한 沈黙[침묵]에 들도다.」 하였다. P는 男子[남자]러라. (一九一七[일구일칠],一[일],二[이] 夜[야])
(一九一八年四月[일구일팔년사월]《靑春[청춘]》第十三號[제십삼호] 所載[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