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지옥이다. 처참 산비(酸鼻), 어떻다고 형용할 수가 없다. “우, 우, 우…….” 외마디의 신음하는 소리. “아유, 아유, 아유…….” 단말마의 부르짖음. 시끄러운 전차 소리도 없어지고,맞은편에서 생각나는 듯이 때때로 울리는 기차의 고동 소리만 들릴 때에, 아래, 위, 곁방,할 것 없이 10리 사방에서 울려오는 듯한 귀곡성. 아아, 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냐,전갈의 공격을 받는 병인들의 부르짖음이 아니고 무엇이냐. 무섭다든 어떻다든 형용할 수 가 없다.떨린다. 맹렬히 달아나는 기차의 떨리는 투다. ‘그렇다, 나는 달아난다.’ 나는 생각하였다.‘죽음을 향하고 맹렬히 달아난다. 힘껏 뛰어라. 그러다가 악마를 만나거 든?때려라. 악마는 푸른빛이다, 네 붉은빛으로 그 푸른빛을 지워내려라. 그러면 자줏빛 된다.자줏빛 불꽃이 된다.’ “아이, 사람 살류…….” 가까운 어느 방에선가 고함친다. “바보. 자줏빛 불꽃으로 싸워라!” “후…….” 그 사람은 또 소리 지른다. ‘담배가 있었것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자리옷째로 침대에서 내렸다. 밖에서 들어오는 반사 빛으로 침대 자리 한편 귀를 들치고 아까 먹다가 감추어둔 담배를 꺼내 붙 여 물고,안락의자에 가서 걸터앉았다. 담배는 맛있는 것이다.담배를 위생 에 해롭다 어떻다 하는 의사들은 바보다.그런 자들은 위생이 무엇인지를 분변하지 못하는데 천하 대바보다. 위생에는,생리학상의 위생과 심리학상 의 위생과 두 가지가 있다.정신상으로써 몸의 건강을 보전하는 법과 직접 육체상의 위생으로써 몸의 건강을 보전하는 것과 두 가지가 있다.담배는 정신적 위생에 드는 그 대표자일 수밖에 없다. 나는 폐로 기껏 들이쉬었던 담뱃내를 코로,입으로, 뺨의 고즈넉함을 향하 여 내다 뿜었다. 그것에 놀란 듯이 기적 소리가 한번 날카롭게 난다.누군지 큰소리로 하품을 한다. 목숨의 뿌리까지 토하는 하품이다.즉 거기 연하여 무서운 소리가 귀를 쳤다. “아, 야, 아, 아, 아, 아유 죽겠다. 후…….” 무서운 물건이, 눈에 머리에 떠오른다, 머리 쪼개진 사람이 침대 위에 누 워 있다. 얼굴은,왼편 뺨께는 모두 피가 적셔 시꺼멓게 되어있다. 머리에 서 이마에 걸쳐서 붕대를 하고,그 아래 시커먼 살 가운데 새빨갛게 된 눈 만 반짝반짝한다. 표정 같은 것은 전연 없고,다만 입을 반만큼 벌리고 있 을 따름이다. 나는 빠져 없어졌다. 소리를 낼 때도 입은 못 움직인다.혀만 끓는 기름같이 뛰놀 따름이다.아픔은 바늘을 수만 개 꽂은 모자를 뇌에 씌 우는 것 같은 아픔이다. 우르륵 몸이 떨린다.그 곁 침대에는 팔을 자른 사람이,붕대 속에 감춘 조그마한 팔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다.또 곁에는 다리를 자른 사람이 있다. 또 그 곁 에는 배 짼 사람이 있다.형형색색의 부르짖음이 거기서, 생과 산 사람을 저주하고 있다. 마치 무간지옥의 축소도다, 아니 확대도다. “죽어라!” 큰 소리로 고함쳤다. “죽겠다…….” 누가 거기 대답같이 부르짖는다. ‘그렇지만, 죽음이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하였다. ‘죽음은 갈색이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는?갈색이다. 갈색이다.’ 알 수 없다. 나의 머리가 대단히 나쁘게 된 것을 마음껏 깨달았다. ‘죽음은 갈색이다. 그리구…….” 더 모르게 된다. “아이 죽겠구나, 죽겠구나.” 꽤 멀리서 조그마한 소리가 들린다. 즉,대단히 잔인한 일을 해보고 싶은, 막지 못할 불길이 일어났다. ‘죽여줄라, 기다려라.그편이 너희들에게는 오히려 편하리라.’ 펜나이프가, 가지고 온 원고용지 틈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나는 안락의자 에서 휘들휘들 일어섰다. 아직껏 흐릿하니 보이던, 갈색 기둥과 흰 석회벽이,시커먼 아니 시퍼런, 끝없는 넓은 대기로 변할 때에 나는 생각하였다. ‘넘어진다.’ 그 생각이 머리에 채 인상되기 전에, 눈앞에 번쩍하면서 나는 쾅, 그 자리 에 넘어졌다.
조각글ㆍ3
아직까지 똑똑히 기억한다. 입원한 지 열이레째 되는 밤이다. 나는,곤충을 만지고 있는 W를 걸핏 보면서 잠이 들었다. 아마 새벽 5시쯤 되었겠지, ‘형님,형님’ 부르는 나의 아우의 소리를 들 었다. 집은 입원하기 전에 내가 있던 사주인(私主人)이지만,저편 방에 동 경 있을 아우도 있고, 고향 있을 어머니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곧 ‘왜?’ 하고 대답하였다. 그 뒤에는 아무 소리 없다. 한참 기다렸다. 또, ‘형님 형님’ 하는 소리. ‘왜?’ 나는 또 대답하였다. 한참 기다렸지만, 또 아무 소리 없다. 나는,벌떡 일어서서 곁방문을 탁 열었다. 거기는 어머니도 없고, 아우도 없다.뿐만 아니라 세간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텅텅 빈 방에 전둥빛만 맑게 빛난다. 나는, 꼿꼿이 섰다.온몸에 소름이 쪽 끼친다. 이삼 초 동안 이렇게 서 있던 나는 자리에 누으려고, 빨리 돌아섰다.그때에, 아무것도 없던 저 모퉁이에 이상한 괴물이 나타난다. 갈색의 악마다.뺨과 입 좌우편은 아래도 늘어지고, 눈은, 멀거니 정기 없 고, 그러나,그 속에는 바늘을 감춘 듯한 날카로움이 있다. ‘갈색이다. 갈색이다.’ 나는 속으로 부르짖었다.그런즉, 그 악마는, 목쉰 소리로 ‘하하하하’ 웃기 시작하였다. 나는,갑 자기 담대하게 되어서 그에게 물었다. “무얼 하러 왔느냐?” “무얼 하러?난 여기 못 온대던?” “못 오지, 못 와!” “아니, 그렇게 성내지 말기로 하세. 곁방 사람 데리러 왔다가 너한테 좀 들러보러 왔다.” “들러볼 필요가 없다.” “아니, 넌 언제나 우리한테 와서 내 부하가 될지 그것 좀 보러 왔다.” “난 안 된다. 결단코 네 부하는 안 된다.” “하하하하.” 그는 목쉰 소리로 방 안의 모든 물건이 쪼개져나갈 듯 웃었다.“그럼 우리 상관이 될 작정으로 있니?” “상관두 안 된다. 나는 결코 너희들 있는 데는 가지 않는다.” “며칠 동안이나…….” “며칠?한 달, 두 달, 1년, 5년, 10년, 20년, 50년, 나 죽기까지…….” “언제나 죽을 것 같던?” “그거야 하느님이 알지.” “흥, 하느님?그것은, 참말루는 내가 안단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야!” “그거야, 지나 보면 알걸. 하하하하하. 우리 그러지 말구, 서로 좋두룩 잘 타협해보세. 그래서…….” “타협두 쓸데없어!” “그래서, 자네가 이담에 우리나라에 오면, 난, 자네에게 훌륭한 권세를 줄 테니.” “넌, 날 꾀니?” “그때는, 자네에게 부러울 것이 무엇이야?” “사람은 떡으로만 살지 않는다. “그럼, 또 무어루 사노?” “자기의, 발랄한 힘으로!삶으루!” “그 발랄한 힘, 그 발랄한 삶을, 네가 ‘다스리는 권세’를 잡았을 때에 쓰면 오직 좋으냐?” “난 네 권리 아래 깔리기가 싫다!” “그것이다……. 사람이란 것의 제일 약한 점은. 사람은,다만 한갓 권리 다툼에 자기의 모든 장래와 목숨을 희생한다. 너두 역시 약한 물건이다. “아니다,사람의 제일 위대한 점이 거기 있다!” “하하하하. 사람에게두 위대한 점이 있니?그것은 우선 우리 사회에선 제 일 약한 자의 하는 일인데…….” “알고 싶니?” 악마는 씩씩 웃고 있다. “알기 싫다, 듣기 싫다” “그럼 왜 물언?” “다만 물어본 뿐이다.” “그럼 설명 안 해두 되겠지?” “안 해두?내가 물어본 뒤엔 설명하구야 견딘다.” “하하하하, 역시 듣고 싶긴 한 게로구나.우리 사회에서 제일 강한 자가 하는 일은, ‘마음에 하구 싶은 것은 꼭 하구야 만다’는 것이다, 알았 니?” “그렇기에, 나두 너희한테 가기 싫기에, 꼭 안 가구 말겠단 말이다.” “그게,사람의 지기 싫어하는 좀스러운 성질이란 말이다. 자, 마음속엔 가고 싶지?” “난 다 ─ 싫다, 다만 네가 빨리 물러가기만 기다린다.” “넌 내가 있는 것이 그리 싫으냐?” 악마는 노기를 띠고 묻는다. “그렇다!” “싫으면 이럭헐 뿐이다.” 하면서, 그는 수리의 발톱 같은 손을 벌리고, 내게로 다가온다. “앗!앗!” 나는 조그마한 부르짖음을 냈다. 이 순간, 이것이 꿈이로다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나는 온몸의 힘 을 눈으로 모으고, 눈을 힘껏 벌렸다. 눈은 번쩍 떠졌다. 꿈이다, 하면서,나는 어두운 길을 자꾸 걸었다. 저편 앞에는, 빛이 보인다. 빛을 향하여, 나는,무제한으로 걸었다. 끝이 없다. 얼마나 걸어야 끝날지는 당초에 할 수 없다. 몇 시간,아니 며칠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겨우 그 빛 있는 데 가서, 거기를 보니,이 세상에도 이런 집이 있었겠는가 할 만한 광대한 궁전이 있다. 나는 그 궁전 안에 들 어갔다.어디가 출입문인지 알 수 없는 집이다.나는 한참 돌다가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온 것은 그른 일이다 생각나 서 돌아서서 나가려 할 때에, “M, 왜 나가나?들어오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편을 보았다. 낯은 익되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다. “자넨 누군가?” “나?아까두 만나보지 않았나?자넨 정신두 없네.” 나는 다시 그를 보았다. 악마다. 갈색 악마. 나는, “어디 가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서서 어둠을 향하여 자꾸 달아났다. 2만3천 리는 뛰었으리라,저편 앞에 큰 집이 있으므로, 구해달라고 나는 그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집은 아까 그 궁전이다.어디로 돌아서, 나는 아까 거기 돌아 왔다. 나는 또 돌아서서 달아났다. 몇 번 이랬는지 모르겠다.도착하는 집은 모두 아까 그 집이다. 나는, 어 찌할 줄 몰라서, 또 달아났다.동천은 차차 밝아온다. 저편에, 누가, 콧소리를 하면서 온다. “사람 살리우.” 하면서 나는,그에게로 뛰어갔다. 그는, 늙은이다. 그러고도 나의 아우다. “형님, 왜 이러시우?” “사람 살려라.” 그는 내 설명을 안 듣고도, 벌써 아는 듯이, 자기가 아는,권세가 무한 큰 사람이 있는데, 거기 가서 구원을 청하자고 한다. 둘이서는, 그리로 뛰어갔다.참 훌륭한 집이다. 나를 거기 섰으라고 한 뒤에, 자기 혼자 먼저 들어가서 주인을 데리고 나온다.그 역시 갈색의 악마다. “너는, 나를 왜 이리 쫒아다니니?” 나는 악마에게 고함쳤다. “내가 널 쫓아다녀?네가 날 방문하지 않았니?” 그는 말한다. “죽여주리라.” 하면서, 어딘 듯 차고 있던 검을 빼 쥐었다. “왜 그러세요?” 아우가 고함친다. “이놈, 너두 저놈의 부하로구나.” 하면서 나는 아우부터 먼저 치려 하였다.어느 틈에 그는, 나의 목을 쥐고 흔들기 시작한다. “사람 살리우!” 하면서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왜 그러세요?” 하면서 간호부가 나를 흔든다. 나는, 술 취한 것 같은 눈으로,S의 자고 깬 혈기 있는 얼굴을 쳐다보았 다. 병이 갑자기 더해지기는 이날부터다.
조각글ㆍ4
오늘, 원장에게, 더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오후 2시쯤이다. 견디지 못할 구역을,땀구멍마다 깨달으면서 잘 때에, 슬 리퍼를 끌면서 오는 몇 사람의 발소리를 들었다.가분가분 가만히 나는 것은, 어젯밤에 고향에서 올라온, 나의 어머니다. 대진의 발소리도 난다.마지막의 독일 학자와 같이 뚜거덕 뚜거덕하면서도 질질 끄는 소리는, 코 위에 안경을 주어 붙이고,그 안경이 내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이 머리를 잔뜩 젖히고, 한 손은 사무복에 넣고,한 손은 저 으면서 오는 양인인 원장의 발소리다. 나는,그 발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살 이 찌푸려지는 것을 깨닫는다. 발소리도 교만하게 울린다. 나는,움직이기 싫으므로, 그냥 눈을 감고 코를 골며 있었다. 석회산과 알코올 냄새가 물컥 나며,선뜩한 손에 내 손을 잡는다. 나는 그 냥 코를 골며 있었다.귀밑에서 째깍째깍하는 시계 소리가 어머니의 소리가 날 때에,나의 소학교 때의 벗인 대진은 그 말을 못하게 하며 소곤거린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하늘이 무너져두 솟아날 구멍이 있대지요, 아무련 들…….” 그들은 내 침대로 가까이 온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은 놀라는 모양이다. “어떤가?좀 낫지.” 대진 R은 웃는다. “다 ─ 낫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대답하였다.이렇지 않기를 원하였지만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이제 며칠 있으면 다 ─ 낫지.” “흥!며칠?” 나는 아무 표정 없이 그의 말을 부인하였다. 어머니는, 아무 말없이 서 있 을 뿐이다.R은 잠깐 놀란다. “R, 정말 가르쳐주게, 난 죽지, 살 수 없지?” 어머니의 우는 소리 곁에서 R의 부인하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자네 같은 든든한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 살 사람 있겠나?” 나는 천장을 계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서로 좀 장방형으로 된 천장을 정사각형으로 치려면,동서에서 몇 치를 내어서 남북으로 붙여야 할지 나는 이제 잘 아는 바이다.그것을 한참 계산하다가 나는 또 물었다. “그래두, 아까 원장이 그러더만, 죽으리라구…….” 대답이 없다. 어머니의 울음은 흐느낌으로 변하였다. 한참 있다가 R은 말한다. “다 들었나?” “것두 못 들으면 귀머거리지.” 나는 공연히 성이 나서 R에게 분풀이를 하였다. “아…… M,걱정 말게. 하늘이 무너져두 솟아날 구멍은 있다니, 사람의 목숨이 그리 싼 줄 아나!” 좀 있다가 R은 말했다. “사람의 목숨이 그리 비싼 줄 아나?” 그는 대답이 없다. 나는 두 번째 그에게 같은 말을 물었다. “R!R!정말 말해주게, 사람 살리는 줄 알구 정말루 말해주게,죽었으면 죽을 준비두 상당히 해야겠기에 말이네!” “난 모르네. 내 생각 같애서는 걱정 없는데 원장은 할 수 없다니 모르겠 네.” 그는 말하고,어떻든 그리 마음 쓰지 말고 있으라고 한 뒤에 어머니를 데 리고 나갔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거리에는 전차, 인력거, 자동차들의 지나가는 소리, 지껄이는 사람의 소리 들도,삶을 즐기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벽 하나 사이하 고 있는 여기는,“음 ─ 음 ─ 우 ─ 우 ─.” 삶을 부러워하다 못하여 저주하는 소리로 변한 소리가 찼으니 어떤 아이러 니한 일이냐?자동차의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방이 좀 흔들린다. ‘저 자동차 안에도 사람이 탔겠지,나보담 삶을 즐길 줄을 모르는 자, 나 보담 삶에 대한 집착이 적은 자,혹은 옆에 계집이라도 끼고 가는지도 모르 겠다. 음, 골난다.그보담 더 살 필요가 있고 그보담 더 살 줄 아는 나는, 이 내 모양은, 무슨 모순된 일이냐.’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죽는다. 이삼 일 뒤에 혹은 오늘이라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머리 밑에 있던 잉크병을 쥐어서 거리로 향한 문을 향하여 내던졌다.병은 문에 맞고 깨어져서, 푸른 물을 사면으로 뿌리면서 떨어진다. 하하하하,나는 웃다가 놀라서 몸을 꼭 모두었다. 사흘 전 꿈에 들은,그 악마의 웃음소리(목쉬고도 모든 물건이 쪼개져나갈 듯한)를 내 웃음 속에서 발견하였다.나는 도로 누웠다. 오히려 천연히,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죽음’ 이란 이상한 범벅된 물건은,아무리 하여도 머릿속에 들어앉지 않는다. 이상하다. ‘내가 죽는다?’ 나는 퀘스천 마크를 붙여서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하여도 이상하다.기름 에 물 한 방울 들어간 것 같다. 아니, 물에 기름 한 방울 들어간 것 같다. ‘나는 죽는다.’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즉, 차차, 차차 무거운 ‘죽음’ 이 머리에 들어앉 는다. ‘나는 죽는다. 왜?나는 살고 싶은데 왜 죽어?누가 나를 죽여!살겠다는 나를 누가 죽여!모든 사람은 죽었다. 그러나 나는 그냥 살고 싶다. 나의 발랄한 생기, 힘, 정력,이것들을 마음껏 이 세상에 뿌리기 전에 내가 왜 죽어?나의 활동은 아직 앞에 있다. 그것을 버리고, 내가 왜 죽어!나는 결 단코 안 죽으리라. 원장의 말이 무에냐!’ 갑자기, 슬픈 것 같은 노여운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이 나의 머리를 짓누른 다. “죽는다!” 나는 고함쳤다. 그 뒤에 맥없이 눈을 감았다.
조각글ㆍ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