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 날 밤에 곰곰 생각하여 보았지만,이러한 일로써는 ○의 아내가 어디를 다니는지는 십 년이 지날지라도 알 길이 없었다.어찌하여서든 한번 그와 같은 전차를(우연히 된 것같이 보이게)타고,그가 어디로 가는지를 뒤를 밟 아 보아야 하겠다.그렇지 않으면 다만 실패의 역사를 거푸 하는 것에 지나 지 못할 뿐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이튿날 나는 ○의 아내가 전차를 타는 다음 정류장에 가 서 전차의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차는 저편 끝에서 한 대 이리로 향하 고 달아온다.나는 똑똑히 정신을 차리고 ○의 아내가 늘 전차를 타는 정류 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전차는 그 정류장에서 잠깐 머물렀다가 내리는 사람 도 오르는 사람도 없이 다시 떠났다.나는 나의 앞에까지 와서 머무른 전차 를 한번 힐긋 본 뒤에, “음, 용산행이로군.” 마치 의주통(義州通)으로 가려는 듯이 이렇게 중얼거리고 물러섰다.전차 는 싱거운 듯이 다시 달아났다. 의주통으로 가는 전차는 다시 이르렀다.그러나 ○의 아내를 보지 못한 나 는 용산행 전차를 기다리는 듯이 다시 물러서고 말았다.이리하여 전차가 서너 대 그저 지나가 버린 뒤에 문득 ○의 아내의 화려하게 차린 모양이 그 정류장에 나타났다.‘나왔구나.’ 나는 씩 웃은 뒤에 머리를 딴 편으로 돌리고 말았다.전차는 웅 ─ 하는 소리를 내며 달아왔다.○의 아내의 있던 정류장을 바라보니 그는 벌써 없 어졌다. 이 전차를 탄 것이었었다.나는 서슴지 않고 전차를 올라탔다.그러나 놀란 것은 올라타고 보매 거반 전차가 만원으로 ○의 아내는 내게 서 한 자의 상거도 되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었었다.나는 첫눈에 그에게 들켰다. 나는 그래도 모른 체할 양으로 다른 편을 향하여 돌아섰다.그러나 생각하여 보매, 인젠 벌써 그에게 들켰는지라 그에게 모르게 그의 뒤를 밟는다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었다.설혹 그는 그런 일은 뜻도 하 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연히 자기 뒤를 따라오는 나를 발견하면 그는 필연 경계를 할 것이었었다.전차가 종로에 이르렀을 때에 나는 그를 내어버리고 전차를 내리고 말았다. ‘오늘도 실패인가?’ 나는 저편 앞으로 북을 치면서 지나가는 구세군들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씩 웃고 나의 여관으로 향하였다.미행에 대하여 그리 큰 기대는 품고 있지 않 았던 나는 그리 낙심도 되지는 않았으나 그러나 내일 할 행동에 대하여서는 적지 않게 노심하였다.나는 그 이튿날 다시 한 번 방침을 바꾸어서 미행을 하여 보려고 생각하였 다.○의 아내의 늘 타는 정류장 앞을 지나가는 전차는 대개는 만원이었었 다.나는 ○의 아내의 타는 정류장에서 한 정류장 전에 가서 그의 나오는 것을 보아서 미리 전차에 올라 복판 가운데 사람들 틈에 숨어서 그의 행동 을 엿보려 하였다. 전차가 만원만 되어 있으면 이것에는 실패를 안 할 것이 었었다. 나는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전차가 지나갈 때마다 다음 정류장을 바라보 면서 담배를 먹고 있었다. 한 대가 지나갔다. 두 대가 지나갔다. 세 대가 지나갔다. 다섯 대, 여섯 대 하며 열 대가 지나갔다. 그러나 ○의 아내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꺼내어 보았다. 열한 시 사십 분. ‘오늘은 안 나오나?벌써 갔나?’ 나는 조급하여져서 아직껏 먹고 있던 담배를 땅에 힘껏 내어던지고 다음 정거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전차는 또 지나갔다. 또 한 대, 두 대, 세 대, 여섯 일곱…… 열두 시도 벌써 지나 버렸다.전차는 또 한 대 지나갔다. 승강대에 빈틈이 조금 있을 뿐,미리 올라타서 가운데 숨어 있기에는 가장 적절한 전차였었다.나는 혀를 한번 차고 담배 를 꺼내어 붙여 물었다.그 전차는 ○의 아내의 타는 정류장 앞에서 잠깐 멎었다가 다시 떠났다.그러나 한 간을 나아가지 않아서 그 전차는 다시 멎 었다.나는 무심히 먹기 시작한 담배를 내어던지고 그편을 향하여 돌아섰 다.샛골목에서 반만큼 접은 파라솔과 함께 어떤 여편네가 전차를 향하여 뛰어 와서 올라탔다.○의 아내이었었다. “또, 졌다. 공연히 담배만 한 꼬치 먹지도 않고 내어던졌군.” 역시 나는 탐정은 못 될 재료로다 생각하면서 ○의 집에 가는 골목에 있는 잡화점으로 장기라도 둘 양으로 향하였다.
8
그러나 가는 동안에 나는 ○의 집으로 가 보려고 마음을 돌이켰다.○의 아내가 나간 다음에는(몸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랑방에 귀머거리 할멈 하나밖에는 그 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었다.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의 아내의 물건을 찾아보면 어떤(나의 찾으려는) 것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었다.굳게 닫긴 행랑방에서는 귀머거리 할멈의 기침소리가 연하여 들렸다.나는 그 앞을 그림자 안 띠게 지나가서(인젠 잎이 다 떨어진) 파골라를 지나서 몸채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섰다.그러나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면 서 나의 귀를 의심하였다.○의 아내의 화장실 근처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 리가 들린 것이었었다.그것은 여편네의 발걸음 소리이었었다. 나는 빨리 거기 있는 병풍 뒤에 숨어 섰다. 누구이었을까?○의 아내는 집에 안 있을 것이고 할멈은 아까 행랑에 있는 것을 기침소리로 알았다.뿐만 아니라(그 발소리는 구두를 신은 것이었는 데) 할멈은 구두를 안 신을 터이다. ‘어디, 보자.’ 나는 호기심으로 병풍 뒤에서 나와서(이제 누가 나오면 숨을 자리를 미리 보아 두면서) ○의 아내의 화장실로 향하였다.그러나 화장실까지 채 및지 못하여서 나는 우뚝 섰다.화장실 안에서 분주 히 왔다갔다하던 발소리는 멎고 작으나마 똑똑한 노랫소리가 울리어 나왔다 ─.
내 스위트 하트를, 더욱 사랑. 엎디어 비는 말, 들으소서. 내 진정 소원이, 내 스위트 하트를, 더욱 사랑. 더욱 사랑.
그것은 ○의 아내의 소리이었었다. 나는 마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눈이 훼 ─ ㅇ하니 화장실 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것이 어쩐 일인가?○의 아내가 두 사람이 되었다는 이상한 일이 여기 돌기(突起) 되었다.그러면 아까 그것은 그와 비슷한 딴 여편네이었던가. 이렇게 설명하면 이 일은 해석된다.그러나 그의 노래는 대저 어떤 것인가.예수교 학교의 출신인 그가 찬미를 한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그러나 찬송가에는 ‘내 구주 예수 를 더욱 사랑’ 이라고 하였지만 ‘내 스위트 하트’라고는 안 하였다. 대 저 그 스위트 하트는 누구인가?즉 내 온몸의 힘은 차차 주먹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스위트 하트가 무 엇이냐?사랑이 무엇이냐?그에게는 ‘○’ 라고 하는 가장 착하고 귀엽고 재조 있고 훌륭한 그 지아버니가 있지 않냐?어디를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가장 그를 사랑하여 주던 ‘○’ 라는 사람이 있지 않냐. 스위트 하 트?대저 스위트 하트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차차 충혈되고 흥분되어 오는 머리를 우쩍 눌렀다. ‘가만!모든 일은 좀더 알아본 뒤에.’ 나는 아까 보아 두었던 숨어 있을 자리로 들어가서 숨었다.흥분되었던 것 이 좀 내려앉았을 때에 내 가슴이 무섭게 들썩거리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 다.나로서 가령 보통 사람만큼만 자제심이 없었더면 ○의 아내는 벌써 내 쇳덩어리와 같은 주먹을 먹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을 것이다.내가 숨어 있는 자리는 라디에타의 곧 앞이었었다. 불을 얼마나 피웠는지,온수(溫水) 라디에타에 꼭 등을 대고 있는 나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수없이 맺히었다.가뜩이나 마음속이 북 끓을 때에 이 더위는 참기가 힘들었다.나는 참다 못하여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서려 할 때에 화장실 문이 덜컥 열 리며 입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가 나왔다.
이전에 세상낙 기뻤어도, 지금 내 기쁨은 오직 그대. 다만 비는 말, ……
찬미는 그가 문밖으로 나서면서 안 들리게 되었다.나는 곧 일어서서 그가 저편 대문 밖으로 스러지는 것을 똑똑히 본 뒤에 그의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에는 분내와 향수내가 머리 아프도록 차 있었다.본시 분이나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곧 샤쉬를 열어 버린 뒤에 그리로 머 리를 내어밀고(더위와 향내와 흥분으로) 어지럽게 된 머리를 좀 식히려 하 였다. 좀 뒤에 흥분된 것을 다 삭이고 나는 문을 도로 닫은 뒤에 교자를 하나 끄 을어다가 방 안 복판 가운데 놓고 거기 앉아서 담배를 꺼내어 붙여 물고 이 제 방안을 뒤져볼 순서를 순서 있게 머리 속에 분류하여 놓고 모두 뒤적여 보려고 다시 일어났다. 화장탁, 세면대, 그 밖 서랍이라는 서랍은 다 꺼내어 보고, 그의 옷주머니 까지 다 뒤적여 보았지만 편지 같은 것이나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쓰레 기통에도 없었다. 그러나 쓰레기통에서 나는 ○의 아내의 글씨로 A씨의 이 름뿐을 여러 십 개 쓴 종이 조각을 하나 얻어내었다. 우연이고 또한 무심히였었다. 그러나 나의 눈은 그 종이 조각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A씨?그의 몇 촌 오빠이고 또한 그의 품행이 나쁘다고 온 갖 곳에 돌아다니면서 퍼쳐 놓은 A씨는 이 사건의 후막에 숨어 있는 가장 큰 광대의 한 사람이 아닐까. ○의 의심을 받지 않고 그의 집에 자유로 드 나들 수 있는 A씨. 아무래도 언제든 발각될 사실을 ○의 의심을 다른 편으 로 돌리기 위하여 자네의 아내의 품행이 나쁘다고 비웃어 주는 것은 어떤 성격의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호떡의 말에 의지하면 A씨는 자기의 아내를 자기의 누이라고 하고 딴 집에 시집을 보내었다 한다. 이때의 나의 머리에는 ○의 아내의 소위 ‘스위트 하트’는 A씨임을 의심 치 않고 긍정하였다.
9
‘A씨를 찾아 보자.’ 나는 곧 그 종이 조각을 접어서 주머니에 넣은 뒤에 그 집을 나섰다.이전에 호떡에게 들어 두었던 A씨의 집은 아주 찾기가 쉬웠다.대문간에서 안을 잠깐 엿보았지만 중대문에 가리워서 안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나는 안에서는 들리지 않을 만한 작은 소리로 ‘이리 오너라’ 찾 았다.행랑에서 한 오십 살쯤 나 보이는 코메디안 같은 사람이 꺼벅거리면 서 나왔다. “A씨 계신가?” “네. 저…….” “저…… 안손님이 오셨단 말인가?” 나는 웃으면서 그의 말을 미리 넘겨짚었다. 그는 연하여 눈을 꺼벅거리며 씩 웃었다. “안손님은 젊은이인가?” “네.” “하이칼라지?” 그는 또 씩 웃었다. “이즈음 매일 오지?” “네. 만날 와서 말씀하시다가는 자정에야 가시지요. 히히히.” “일가 되는 이가 아닌가?” “전 몰라요.” 그는 또 한 번 히히히 웃고 말을 계속하였다. “일가면은, 대단히 가까운 일가입디다.” “왜?” “왜란 ─ 히히히히 좌우간 우린 늙은이니깐 젊은 어른의 속사정을 몰라 요.” “그럼 이따가 안손님 간 뒤에 또 오마.” 나는 돌아섰다.“아침 일찍이 오셔야 안손님 안 계신 때 만나십시다.” 그는 돌아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들어가 버렸다. 사건의 내용은 다 알았다. 언제부터?언제부터 그와 A씨의 관계가 생겼는 지 그것은 모를 일이다.그러나 그와 A씨의 새에 더러운 관계가 있는 것은 인제는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짐승이다.” 나는 침을 탁 뱉으면서 소리까지 내어서 중얼거렸다.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다.”
10
카페 ─ 로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는 남산으로 올라갔다.날이 꽤 서늘한 까닭인지 꼭대기에는 사람이 없었다.저 ─ 편에 보이는 잎이 다 떨 어져서 답살비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 같은 포플러는 바람에 남쪽으로 기울 거리고 있었다.뫼 아래로 보이는 빈민굴에서도 겨울이 이르렀다고 새로 하 얀 종이를 바른 문을 굳게 닫고들 있었다.나는 어떤 벤치에 가서 고즈너기 걸터앉았다. 머리가 천 근이나 한 것같이 무거웠다.○의 아내가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참으로 뜻도 안 하였던 일이었었다.과 연 나의 천려(千慮)의 일실(一失)이었었다.작년 ○가 한창 마음에 들떠서 어떤 이성(異性)을 자기의 아내로 삼으려고 야단할 때에 이 여자이면 ○에게 맞으리라고 내가 발견하여 온 것이 그이었 었다. 교만하면 극도로 교만한 것은 괜찮지마는 교만하고도 마음이 약하고 의심 많고 시기 잘하고 감격되고 눈물 흘리기 쉬운 ○는 임시로는 이성의 사랑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영속적 사랑은 결코 받지 못할 종류의 사람이었 었다. 그러나 그로서 한번 실연(失戀)이라는 괴로운 자리에 떨어지게 되면 그는 또한 사람으로서 다시 일어서질 못할 만큼 큰 타격을 받을이만큼 마음 이 폐로운 사람이었었다. 이러한 ○를 그래도 겹지않고 영구히 사랑할 만한 여자, 나는 그것을 구하려고 나의 아는 온갖 여성을 다 마음속으로 점검하 여 보았다. 그리하여 그 가운데서 얻어 낸 것이 그 ─ 였었다. 좀 바보 ─ 천치에 가깝고도 애교 있고 온순하고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였다는 명색을 가지고 게다가 한 가지 일에 늙어 죽도록 겨움증이 안 생길 만한 성격을 가 진 그뿐이 ○라 하는 말째인 그 지아버니라도 사랑하기만 시작하면 끝까지 연속할 사람이었었다. 그들은 결혼하였다. 좀 바보인 듯한 아내의 모양이 ○에게는 한없이 이뻤 다. 아내는 남편을 그리 사랑하는 것 같게는 안 보였지만, 그리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그동안에 몇 번을 그에게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 ─ 자네는 자네 아내를 좀 미워하는 듯한 양을 보이게. 너무 미워하는 듯 하면 그는 자네를 원수로 알 테지. 그러나 알맞추 미워하면 더욱 자네를 사 랑하고 자네를 잠시라도 놓지 않으리……. 그러나 온 하늘을 얻은 듯이 기뻐하는 ○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 다.그것이 오늘날 이런 결과를 이룬 것이었었다.이때에 나는(탐정적 흥미에 취하여서 거반 잊어버렸던) ○를 생각하고 벌 떡 일어섰다.○의 아내의 사건을 알아보는 것도 나의 의무의 하나이지만 불붙는 시기를 마음속에 품고 동래온정에 가 있는 ○를 어떻게든 하는 것이 더 긴하고 급한 일이었었다. 나는 곧 시가를 향하여 내려왔다.
11
‘호떡에게 ○의 동정을 물어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서 호떡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 .
이 편지는 ○ 안 보는 데서 혼자서 보게. 웃음 낙단으로 세월을 보내려는 자네이매,그 새 잘 있었나 어쨌나 하는 인사는 하지도 않고 곧 부탁할 말을 쓰네. ○는 지금 어떻게 지내나?아침에 깨서와 낮에와 밤 잘 때의 ○의 모양을 똑똑히 알게 하여주게. ○는 웃을 때도 있나?늘 성을 내어 가지고 있나?자기 아내 이야기라도 간혹 하나?음식 잘 먹나?가끔 탕(湯)에 들어가나?자네와 싸우지 않나?서울로 돌아오겠다지 않나?그리고 ○에게 나한테서 편지 왔단 말을 하지 말게. 자네의 회답을 기다리 네. 서울 ○○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