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차고 일변 증발하는 변기 위에 올라앉아서 뒤를 볼 때마다 역정나는 독한 습기가 엉덩이에 묻어 서 거기서 생긴 종기를 이와 빈대가 온몸에 퍼져서 종기투성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땀은 온몸에서 뚝 뚝-이라는 것보다 짤짤 흐른다."에-땀."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었다. 밥 먹은 뒤에 냉수를 벌컥벌 컥 마시면, 이삼십 분 뒤에는 그 물이 모두 땀으로 되어 땀구멍으로 솟는다. 폭포와 같다 하여도 좋을 땀이 목과 가슴으로 흘러서, 온 몸에 벌레 기어 다니는 것같이 그 불쾌함은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땀을 씻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초열지옥에라도 떨어질 것같이, 흐르는 땀을 씻으려는 사람도 없다.'얼핏 진찰감에 보내어다고.' 나의 피곤한 머리는 이렇게 빌었다. 아침에 종기를 핑계삼아 겨우 빌어서 진찰하러 간 사 람 축에 들 나는 지금 그것밖에는 바랄 것이 없었다. 시원한 공기와 넓은 자리를(다만 이십 분 동안이라도) 맛보는 것은, 여간한 돈이나 명예와 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입감이라도 안부는커녕 어느 감방에 있 는지도 모르는 아우의 소식을 알는지도 모르겠다. 즉, 뜻하지 않게 눈에 떠오른 것은 집안의 일이었다. 희다 못하여 노랗게까지 보이는 햇빛 에 반사하는 양회 담벽에 먼저 담배와 냉수가 떠오르고 나의 넓은 자리가(처음 순간에는 어렴풋하였지만)똑똑히 나타났다.(어찌하여 그런 조그만 일까지 똑똑히 보였던지 아직껏 이상하게 생각하 거니와)파리 한 마리가 성냥갑에서 담배갑으로 도로 성냥갑으로 왔다갔다 한다."쌍!" 나는 뜨거운 기운을 내뱉았다."파리까지 자유로 날아다닌다." 성내려야 성낼 용기도 없어진 머리로 억지로 성을 내고, 눈에서 그 그림자를 지워버리려 하였다.그러나 담배와 냉수는 곧 없어졌지만, 성가신 파리는 끝끝내 떨어지지를 않았다.나는 손을 들어서(마치 그 파리를 날리려는 것 같이)두어 번 얼굴을 비빈 뒤에 맥없이 아까 만든 소만 쥐었다.공기의 맛이 달다고는, 참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뜻하지도 못할 일일 것이다.역한 냄새 나는 뜨거운 기운을 배앝고,달고 맑은 새 공기를 들이마시는 처음 순간에는 기절할 듯이 기뻤다. 서늘한 좋은 일기였다.아까는 참말로 더웠는지, 더웠으면 그 더위는 어디로 갔는지,진찰 감으로 가는 동안 오히려 춥다 하여도 좋을 만치 서늘하였다.그러나 그보다도 더 기쁜 것은 거기서 아우를 만난 일이었다."어느 방에 있니?" 나는 머리를 간수에게 향한 채로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사감 이방에......" 나는 좀 있다가 또 물었다."몇 사람씩이나 있니?덥지?""모두들 살이 뚱뚱 부었어......""도둑놈들. 우리 방엔 사십여 인이 있다.몸둥이가 모두 썩는다. 집엔 오히려 널거서 걱정 인 자리가 있건만. 너 그새 앓지나 않었니?""감옥에선 앓을래야 병이 안 나. 더워서 골치만 쏘디......""어떻게 여기(진찰감) 왔니?""배 아프다구 거줏뿌러 하구.......""난 종기투성이다. 이것 봐라." 하면서 나는 바지를 걷고 푸릿푸릿한 종기를 내어놓았다."그런데 너의 방엔 옴쟁이는 없니?""왜 없어......" 그는 누구도 옴쟁이고 누구도 옴쟁이고,알 이름 모를 이름하여 한 일여덟 사람 부른다."그런데 집에서 면회는 왜 안 오는디.....""글세 말이다. 모두들 죽었는지....." 문득 아직껏 생각이나 하여보지 않은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석 달 동안을 바깥 사람이라 고는 간수들밖에 만나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바깥이 어떤 형편인지는 모를 지경이었다.간 혹 재판소에 갔다 오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거기 다니는 길은 야외라,성 안 형편은 아 직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와 같이 음울한 기운이 시가를 두르고,삼정은 모두 철전을 하고 있는지, 또는 전 과 같이 거리에는 흥정이 있고,집안에는 웃음소리가 퍼지며, 예배당에는 결혼하는 패도 있으며,사람들은 석 달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을 거반 잊고 있는지, 보기는커녕 알지도 못하 는 일이었다.일가나 친척의 소소한 일은 더구나 모를 일이었다."다 무슨 변이 생겼나부다.""그래도 어제 공판 갔던 사람이 재판소 앞에서 맏형을 봤다는데...." 아우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그 아우위 '봤다는 데'라는 말과 함께, "천십칠호!" 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귀에 울리었다. 그것은 내 번호였다."네!""딘찰." 나는 빨리 일어서서 의사의 앞으로 갔다."오데가 아파?""여기요." 하고 나는 바지를 벗었다.의사는 내가 내어놓은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갈핏 들여다보고 요 만 것을.....하는 듯 얼굴로 말없이 간병수에게 내어 맡긴다.거기서 껍진껍진한 고약을 받 아서 되는 대로 쥐어바르고 이번엔 진찰 끝난 사람 축에 앉았다.이때에 아우는 자기 곁에 앉은 사람과(나 앉은 데서까지 들리도록)무슨 이야기를 둥둥 하 고 있었다.나는 깜짝 놀라서 간수를 보았다. 간수는 아우를 주목하는 모양이었다.나는 기지게를 하는 듯 손을 들었다. 아우는 못 보았다. 이번은 크게 기침을 하였다.그러 나 그는 못 들은 모양이었다. 가슴이 떨리기 시작하였다.'알귀야 할 테인데......' 몸을 움즉움즉 하여보았지만, 그는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그치지 않고 하다가,간 수가 두어 걸음 자기에게 가까이 올때야 처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시치미를 떼었다.그러나 간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채찍의 날카로운 소리가 한 번 나는 순간,아우는 어깨에 손을 대 고 쓰러졌다. 피와 열이 한꺼번에 솟아올라 나는 눈이 아뜩하여졌다.좀 있다가 감방으로 들어올 때에 재빨리 곁눈으로 아우를 보니 나를 보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여 있었다.무엇이 어리고 순결한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하였나?나는 바라고 또 바라던 달고 맑은 공기를 맛보기는 맛보았지만,이를 맛보기 전보다 더 어 둡고 무거운 머리를 가지고 감방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저녁을 먹은 뒤에 더위에 쓰러져 있던 나는,아직 내어가지 않은 밥그릇에서 젓가락을 꺼 내어 손수건 좌우편 끝을 조금씩 감아서 부채와 같이 만들어 부쳐보았다.훈훈하고 냄새나 는 바람이 땀 위를 살짝 스쳐서, 그래도 조금의 서늘함을 맛볼 수가 있었다.이깟 지혜가 어찌하여 아직 안 났던고?나는 정신 잃은 사람같이 팔을 들었다.이 감방 안에서는 처음의 냄새는 나지만 약간의 바람이 벌레 기어 다니는 것같이 흐르던 가슴의 땀을 증발시키느리 고 꿈같은 냉미를 준다.천장에 딱 붙은 전등이 켜졌다. 그러나 더위는 줄지 않았다. 손수 건의 부채는 온방안이 흉내내 어,나의 뒤의 사람으로 말미암아 등도 부쳐졌다. 썩어진 공기가 움직인다.그러나 우리들의 부채질은 재판소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중지되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 방에서 나갔던 서너 사람도 돌아왔다. 영원 영감도 송장 같은 얼굴로 돌아 왔다.나는 간수가 돌아간 뒤에 머리는 앞으로 향한 대로 손으로 영감을 찾았다."형편 어떻습디까?""모르갔소.""판결은 어떻게 됐소?" 영감은 대답이 없었다. 그의 입은 바늘로 호라메우지나 않았나?그러나 한참 뒤에 그는 겨 우 대답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떨렸다."태형 구십 대랍니다. ""거 잘 됐구려!이제 사흘 뒤에는 담배도 먹고 바람도 쏘이고....난 언제나......""여보, 잘 됐시오?무어이 잘 되었단 말이오?나이 칠십 줄에 들어서태 맞으면.....말하기도 싫소.난 아직 죽기 싫어!공소했쉐다." 그는 벌컥 성을 내어 내게 달려들었다.그러나 그의 뒤에 이은 내 성도 그에게 지지를 않았 다."여보!시끄럽소. 노망했소?당신은 당신이 죽겠다구 걱정하지만, 그래 당신만 사람이란 말 이오?이 방 사십여 명이 당신 하나 나가면 그만큼 자리가 넓어지는 건 생각지 않소?아들 둘 다 총에 맞아 죽은 다음에 뒤상 하나 살아 있으면 무얼 해?여보!" 나는 곁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였다."여기 태형 언도에 공소한 사람이 있답니다." 나는 이상한 소리로 껄걸 웃었다. 다른 사람도 영감을 용서치 않았다. 노망하였다, 바보로다,제 몸만 생각한다, 내어쫓아라, 여러 가지의 평이 일어났다. 영감은 대답이 없었다.갈게 쉬는 한숨만 우리의 귀에 들렸다. 우리들도 한참 비웃은 후에 는 기진하여 잠잠하였다.무겁고 괴로운 침묵만 흘렀다. 바깥은 어느 덧 어두워졌다.대동강 빛과 같은 하늘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우리들의 입은 모두 바늘로 호라메우지나 않았나?그러나 한참 뒤에 마침내 영감이 나를 찾는 소리가 겨 우 침묵을 깨뜨렸다."여보!""왜 그러오?" 영감은 또 먹먹하다. 그러나 좀 뒤에 그는 다시 나를 찾았다."노형 말이 옳소.아들 두 놈은 덩녕쿠 다 죽었쉐다. 난 나 혼자 이제 살아서 무엇 하갔소?취하하게 해주소.""진작 그럴 게지. 그럼 간수 부릅시다.""그래 주소." 영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패통을 쳤다. 간수는 왔다.내가 통역을 서서 그의 뜻(이라는 것보다 우리의 뜻)을 말 하매 간수는 시끄러운 듯이 영감을 끌어내 갔다.자리에 돌아올 때에 방안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그들의 얼굴에는 자리가 좀 넓어졌다는 기쁨이 빛나고 있었다. 모깡!이것은 십여 일만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행복이다."모깡!" 간슈의 호령이 들린 때에 우리들은 줄을 지어서 뛰어나갔다.뜨거운 해에 쪼인 시멘트 길은 석 달 동안을 쉰 우리의 발에는 무섭게 뜨거웠다.그러나 그 것은 우리의 즐거움의 하나였었다.우리는 그 길을 건너서 목욕통 있는 데로 가서 옷을 벗 어던지고.반고형(半固型)이라 하여도 좋을 꺼룩한 목욕물에 뛰어들었다.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었다. 곧 곁에는 수도가 있다.거기서는 언제든 맑 은 물이 나온다.그것은 우리들의 머리에서 한때도 떠나 보지 못한 '달콤한 냉수'이었었다.잠깐 목욕통에서 덤빈 나는 수도로 나와서 코끼리와 같이 물을 먹었다.바깥에는 여러 복역수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그것도 (갑갑함에 겨운) 우리들에게는 부러 움의 푯대였였다.그들은 마음대로 바람을 쏘일 수가 있었다. 목마르면 간수의 허락을 듣 고 물을 먹을 수가 있었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는 갑갑함이 없었다. 즉, 어느 덧 그치라는 간수의 호령이 울리었다.우리의 이십 초 동안의 목욕은 이에 끝났 다.우리는 (매를 맞지 않으려고)시간을 유예치 않고 빨리 옷을 입은 후에 간수를 따라서 감방으로 돌아왔다.꼭 가장 더울 시간이었었다. 문을 닫는 순간, 우리는 벌써 더위 속에 파묻혔다.더위는 즐 거움 뒤의 복수라는 듯이 용서없이 우리를 내리쪼인다."벌써 덥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매를 맞구라도 좀더 있을 걸......" 누가 이렇게 말한다.서너 사람의 웃음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먹먹하였 다.몇 시간 동안의 침묵이 연속되었다. 우리는 무서운 소리에 화다닥 놀랐다.그것은 단말마의 부르짖음이었다."히도오쓰(하나), 후다아쓰(둘)." 간수의 헤어나가는 소리와 함께, "아이구 죽겠다. 아이구 아이구!" 부르짖는 소리가 우리의 더위에 마비된 귀를 찔렀다. 그것은 태 맞는 사람의 부르짖음이었 다.서른까지 헤인 뒤에 간수의 소리는 없어지고 태 맞는 사람의 앓는 소리만 처량히 우리의 귀에 들렸다.둘째 사람이 태형대에 올라간 모양이다."히도오쓰." 하는 간수의 소리에 연한 것은,"아유!" 하는 기운 없는 외마디의 부르짖음이었다."후다아쓰.""아유!""미이쓰(셋).""아유!" 우리는 그 소리의 주인공을 알았다. 그것은 어젯밤 우리가 내어쫓은 그 영원 영감이었었 다.쓰린 매를 맞으면서도 우렁찬 신음을 할 기운도 없이 '아유' 외마디의 소리로 부르짖은 것은 우리가 억지로 매를 맞게 한 그 영감이었다. "요오쓰(넷).""아유!""이쓰으쓰(다섯).""후-." 나는 저절로 목이 늘어지는 것을 깨달았다.나의 머리에는 어젯밤 그가 이 방에서 끌려나 갈 때의 꼴이 떠올랐다."칠십 줄에 든 늙은이가 태 맞고 실길 바라갔소?난 아무케 되든 노형들이나......" 그는 이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초연히 간수에게 끌려나갔다.그리고 그를 내어쫓은 장본인 은 이 나였었다. 나의 머리는 더욱 숙여졌다.멀거니 뜬 준에서는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나는 그것을 막으 려고 힘껏 감았다. 힘있게 닫힌 눈은 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