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편지는 써 놓았지만 보내는 것은 난처한 일이었었다.호떡에게 오 는 편지든 무엇이든 보내는 사람이 나일 것 같으면 ○가 먼저 받으면 먼저 뜯어볼 것이었었다.우리 친구들 새에는 서로 비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불문율(不文律)이라 ‘요친전(要親展)’ 이라고라도 쓰면 ○의 의심과 시기의 불에 기름을 부읏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로서 오히려 더 욱 그가 뜯어보는 동기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다가 나는 호떡의 아내에게 가서 봉투를 써 달라려고 작정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벌써 저녁때였지만) 호떡의 집을찾아가서 ‘마님’을 찾았다. (이전 처녀 적에 한때 나를 퍽 러브하여 본)호떡의 아내는 나와서 나를 보고 얼굴이 새빨갛게 되며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잠깐 무슨 부탁 할 일이 있어서 왔노라니까 그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들어오라고 자기의 방 으로 인도하였다. “○군(호떡)한테서 편지나 옵니까?” “하, 한번 왔어요.” 그는 숨찬 듯한 소리로 대답하였다.자기가 이전 한때 대단히 사모하였지 만 그때는 안 체도 안하던 사람이 지금(남편이 어디 가 있는) 갑자기 혼자 서 찾아온 것이 그의 마음을 대단히 격동시킨 듯하였다. “자미있게 지내노랍디까?” “네, 퍽 자미나다구요. 선생님은 왜 안 가셨에요?” “나요?” 나는 그의 얼굴을 피하여 방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대답하였다. “가면 무얼 합니까?온정 안가도 몸이 철석(鐵石) 같은데……. 신혼생활 이 재미가 어때요?” 즉 그는 이제라도 얼굴에서 피가 쏟아질이만큼 새빨갛게 되며 머리를 수그 리고 말았다.나는 자미스러워서 한마디 더 보내어 보았다. “○군은 비길 데 없이 재미난다는데요.” 그의 머리는 더욱 수그러졌다. 머리를 넘어서 보이는 목까지 새빨갛게 되 었다.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에서는 부끄러워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까 지 알았다.나는 이 사기 없고 사랑스러운 어린 여인을 너무 부끄럽게 한 것을 깨닫고 곧 나의 요구를 말하였다.“그런데요, 오늘 갑자기 와서 뵌 것은 좀…… 이상한 청구를 하려구 그랬 는데요…….” “네 ─ .” 좀 있다가 모깃 소리만 한 그의 소리가 들렸다. “○군,호떡한테 보낼 편지 봉투 하나 써 주십쇼.딴 친구에게 뵈지 않아 얄 ○군과 내 비밀 편지가 있는데,봉투에 내 이름이나 내 필적으로 보내 면, 함께 있는 친구가 뜯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는 내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머리를 수그린 대로 돌아앉아서, 문갑에서 꽃봉투를 하나 꺼내어,예쁜 필적으로 하나 써서 나를 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가지고,한 두어 마디 이야기를 더 하고 곧 일어섰다. “큰 수고는 아니겠지만 폐 끼쳤습니다.곧 나가서 편지를 부쳐야겠습니다 ─ 애라(愛羅)씨는 참 행복이외다. ○군(호떡)도 행복이고……. 좋은 그 지 아버니와 좋은 그 지어머니를 맞고……. 결혼한 뒤에 후회 안하는 사람이 쉽지 않은 가운데…….” 나는 말을 중도에서 끊고 그 집을 나섰다.
12
이틀 뒤에 호떡에게서 회답이 왔다 ─ 간단하지만 요령을 얻을 만한 편지 이었었다.그 편지에 의지하면, ○는 깨어 있을 동안은 온갖 애를 다 써서 쾌활한 듯이 보이려 하고,무론 웃기도 하나 성도 잘 내어서, 여관 하녀들 은 그를 무서워한다 하며,밤에는 대게 잠을 잘 못 자며, 음식도 잘 못 먹 고,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어떻게 보면 없는 듯하고, 어떻게 보면 있는 듯하여 알 수가 없고,간혹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면 무섭게 성을(예를 들자면, 어떤 날 호떡이 우연히 그 이야기를 하매,그는 두말 없이 앞에 놓 였던 다완(茶碗)을 호떡에게 던진 일이 있다) 잘 낸다 한다……. 나는 이 편지를 보고, ○의 성격으로는 그럴 듯한 일이다 하였다.
13 나는 ○의 아내도 동래온정으로 보내려 하였다. ○에게 물어 보면, 무론 싫다고 할 일이었었다.아내가 가 있으면 무론, 그는 그 꼴은 보기도 싫다 고 할 것이었었다. 그의 아내로서,만약 간부(奸婦) 타입으로 태어나서, 그 에게 잘 아양을 부리면이어니와,성나는 일이 있으면 같이 우둘거리는 아내 가 같은 온정에 있다는 것은 ○에게는 역정나는 일에 다름없을 것이었었다.그러나 아내를 서울에 내버려 둔 뒤에 혼자 받는 시기와 괴로움에 비기건대 오히려 그편이 참을 수 있지 않을까.그의 아내는 A씨에게서 때려는 것도 목적의 한 가지이겠지만,○ 그를 무 서운 시기의 불길에서 증오의 권내(圈內)로 구원하여 올리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었다.한 사람을 사람의 증오의 대상물이 되게 하려고 한다 하는 것 은 어떻게 보면은 잔혹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한 귀한 사람을 구원키 위 하여 한 변변치 않은 사람을 희생하는 것은 결코 그른 일이 아니라 생각한 다.더구나 ○를 이와 같이 아프게 한 것은 그의 아내 그가 아닌가. 나는 곧 ○에게 편지를 썼다 ─
자네의 아내를 만나니, 그는 자네 있는 온정에 데려다 달라네.자네는 그 를 미워하는 모양이나 그가 자네의 안부를 들어 물을 때에 나는 눈물까지 흘렸네. 불쌍하지 않나?근거 없는 공연한 시기로서 자네는 몇 달을 그를 괴롭게 하였나. 게다가 온다간다 말도 없이,혼자서 외딴 데 가 있으니깐, 그 ─ ㄴ 오죽 마음이 아프겠나.내일 데리고 갈께 잘 사랑하여 주게 서울 ○○는
14
이튿날 아침에 나는 첫째로는 ○의 아내가 나가기 전에,둘째로는 차시간 에 꼭 맞게 찾아가려고 아홉 시쯤 그 집을 찾아갔다.아침밥을 방금 끝낸 그는 놀라는 듯한 수줍은 듯한 얼굴로 나를 맞아서 ○ 의 이전의 화실로 데리고 들어갔다.나는 교자에 앉지도 않고, 곧 그에게 지금 ○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르겠어요.며칠 전에 선생님과 나가신 뒤엔 일절 소식도 없고…….” “지금 동래온정에 가 있습니다.오늘 봉선 씨(그의 이름) 좀 온정으로 보 내어 달라고 전보가 왔어요.아마 혼자서 외로운 모양이지요.” 나는 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을 하나도 넘기지 않으려고 주의하면서 이 렇게 말하였다.그의 이쁜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나타나지 않고, 눈만 껌적 껌적 하고 있었다.“온정 가 있기 좋지요. ○군도 기다리는 모양이니깐 가 보십시오.” “이심 일 내로 가게 되면 가지요.” 그는 방긋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삼 일 내?○군한테서 편지가 아니고 전보로 한 걸 보면 이제 곧 떠나 는 편이 좋지 않나요?한 시간쯤 뒤에 남행차가 있는데, 그 차로…….” “그래도…….” “그래도 일이 있단 말씀이어요?여행 준비를 못했단 말씀이어요?일이 있 으면 내가 대리로 맡으리다. 여행 준비는 뭐 손가방에 화장구나 하고,옷이 나 한 벌 더 가지고 가면 그뿐이지요. 자, 손가방.” 하면서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 틈이 없이, 저편으로 가서 ○의 자그마한 손가방을 갖다가,그의 앞에 벌여 놓은 뒤에 차시간이 바쁘다고 그를 부리 나케 재촉하였다.그는 내가 덤비는 바람에 정신이 절반은 빠져나간 모양이었었다.아무 대 답이나 반항 없이 저편 방으로 가서 향수라 분이라 그런 것들을 무슨 낡은 곽에 담아 가지고 왔다.나는 그것을 빼앗듯이 하여 차례로 손가방에 넣은 뒤에, “자,옷 갈아입고 가지고 갈 옷도 한 벌 가지고 오십시오.” 하였다. 그는 다시 나갔다.나는 그의 뒷모양을 보고 스스로 한번 씩 웃고 속으로는 중얼거렸다 ─ . ‘어때?음?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지?서울을 떠나기가 싫어?’ 좀 뒤에 그는 옷을 갈아입고 한 벌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그러나 그 옷을 받으려고 내가 손을 내어 밀 때 그는 손을 훔치며 또 시작하였다. “참말, 오늘은. ” “오늘은 못 떠날 일이 있어요?이전에 ○군은 제게 가장 긴한 일을 내게 늘 위탁하고 했습니다.난 결코 남의 비밀을 누설치 않는 사람이어요. 봉선 씨는 ○군만큼 날 신용치 않습니까?그렇진 않아요?그렇지 않으면 왜 모든 뒷일은 내게 위탁하고 곧 떠나시려 안 합니까?○군이 기다릴 생각도 해야 지요. 자, 옷 이리 주십쇼.” 나는 그의 옷을 받아서 가방에 넣은 뒤에 그에게 모든 열쇠를 받아서 각 문을 다 채운 뒤에 가방을 들고 그와 함께 그 집을 나섰다.우리는 하마터면 기차를 못 탈 뻔하였다. 부리나케 표를 사 가지고 기차 안에 들어가 앉을 때에,기차는 벌써 고동을 틀었다. 나는 안심의 한숨을 짚은 뒤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를 보았다.이쁘기는 하지만 아무 표정도 없는 그의 눈은 뜻없이 나의 어깨에 향하여 있다.‘내 천려(千慮)의 일실(一失)이로다.내가 너를 잘못 보기 때문에 나의 가장 사랑하는 ○를 오늘날 이렇듯 괴로운 경우에 빠지게 하고,또 너까지 한 희생물이 되게 하누나. 너도 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나는 고즈너기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꼬치 꺼내어 붙여 물었다.
15
밤이 들어서 기차는 부산에 닿았다. ○의 아내는 기차를 내리면서 매우 싱거운 웃음을 한번 씩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힐긋 그를 본 뒤에,그의 눈을 피하여 머리를 돌리고 앞서서 정거장 밖으로 나왔다.온정 가는 손님을 기다리는 자동차가 서너 대 어두운 정거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그 를 끄을고 그 자동차 가운데 한 대에 올라탔다.자동차는 몇 사람을 더 태 운 뒤에 부산 정거장을 떠났다.이리하여 우리들의 자동차가 ○와 호떡이 묵어 있는 B관?앞에 이른 때는 여관의 손님들은 벌써 자는지 대단히 여관은 조용하였다.나는 먼저 자동차 를 뛰쳐 내려서,맞으러 나오는 하녀들을 밀어 버리고 달음박질하다시피 ○ 가 묵어 있는 구호실(九號室)로 갔다.○는 이불 속에 드러누워서 눈만 껌 쩍껌쩍 하고 있다가,제 방으로 안내도 없이 뛰쳐 들어오는 어떤 침입자를, 펄떡 놀라며 돌아보았다. “○, 나일세. ” “응?아!언제 오셨습니까?” “시방 오는 길이네. 내 편지 봤지?자네 부인도 동행이네…….일어나서 부인이나 맞게.” 그는 히끈 머리를 돌려버리고 말았다.그의 눈은 대단히 낭패한 듯이 한 군데 머물러 있지 않고, 담벽에서 천장으로,천장에서 후스마로 왔다갔다하 였다. “우리 처요?” “음.” 잠시도 한 군데 머물러 있지 않고 왔다갔다하던 그의 눈은 잠깐 담벽과 천 장의 모퉁이에 머물렀다가,고즈너기 나에게로 구을러왔다. “무얼 하러?” “무얼 하러?아내가 남편께로 왔는데 무얼 하러?” 나는 정다운 듯하고도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흘겼다.그의 눈은 다시 낭패 한 듯이 저편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의 그 눈에 나타난 분노의 불덩어리 를,나는 그저 넘기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각각으로 나타나며 변하는 표정은 모두 내가 미리 생각하였던 바와 같은 것이었었다.시방 그의 얼굴에 나타난 노여움은 결코 나의 행동 이나 혹은 아내의 동래 출현에 대한 노여움이 아니었었다. “이맘 때, 무슨 면목으로!” 그의 성난 눈은 이렇게 소근거리는 듯하였다.그러나 나는 그 눈 속에 감추어 있는(작으나마) 안심의 빛을 또한 발견 하 였다. “여기외다.” 나는 호 ─ ㄹ 로 향한 장지를 열고,저편에서 하녀의 인도로 이리로 오는 ○의 아내에게 손짓을 하였다.그는 전등불 빛에 눈을 가리며 저퍼하는 듯 한 양으로 ○의 방 앞에까지 와서 머물렀다. “○,일어나서 환영하게. 자, 들어오시지요.” ○의 아내는 얌전한 태도로 읍하고 들어왔다.○는 한순간 힐긋 제 아내의 얼굴을 본 뒤에, 눈을 감아 버렸다. 그냥 드러누운 대로……. 그들의 침묵의 연극은 잠시 동안 연속되었다. ○의 숨소리도 자못 높았으 나,그의 아내의 숨소리도 또한 고즈넉치는 않았다.○는 자기의 아내에게 원망의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 듯하였다.그의 여윈 눈꺼풀 아래서는 눈알이 방향 없이 구을고 있었다.나는 잠깐 그들의 행동을 엿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 앉으시지요. 피곤하실 텐데……. ○도 일어나 앉게. 그리구 호떡은 어느 방에 있나?” “여기 있네.” 내 말이 떨어지자 곁방에서 응얼거리는 호떡의 소리가 들렸다. “결혼 일주년 기념 여행?좋지.” 나는 그들에게 들리도록 중얼거리고, 호떡의 방으로 건너갔다.
16
사흘 지나서 나는 그들 부처를 남겨 두고 호떡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그러나 이것으로 나의 임무는 다 하였을까?대단히 아파하는 병인에게 아편 주사를 하는 것은 고식적 치료법은 될지라 도 결코 온전한 치료법은 안 된다.임시로 아픔뿐을 멈춘단들 무엇하랴. 그 뒤에 다시 일어날 아픔은 결코 덜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들 부처를 온전히 A씨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생활케 하면 모를 일이 려니와,그렇기 전에는 그들 새에 잠겨 있는 병의 뿌리는 언제까지든 남아 있을 것이었었다.A씨와 ○의 아내의 관계가, ○와 아내가 결혼한 뒤에 생겼는지,혹은 그 전부터 있었는지 그것은 그리 탐색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좀 천치에 가까 운 ○의 아내로서 보드랍고 나약하고 애상적인 ○의 사랑에 만족치 못하였 을 것은 짐작할 수가 있다.그로서 만약 한때라도 자기의 그 지아비인○를 사랑하였었다 하면 무엇이든 한번 시작한 뒤에는 결코 겨움증이 안 생기는 성격의 주인인 그인지라,어떤 장해와 괴로움이 있을지라도 결코 마음 변할 리는 없을 것이었었다.그와 동시에 그 반대의 경우도 또한 생각할 수가 있다.그러한 ○의 아내를 A씨에게서 떼어서 ○에게 보낼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 다. 그러면 어떤 방책을 쓰나?‘봉선이를 죽여 버릴까?’ 무론, ○을 이렇듯 괴롭게 한 그의 아내를 죽여 버리는 것은 한 보수는 되 겠지만,그것이 과연 얼마나 중한 일일까. ○의 마음속에 찍히어 있는 시기 와 노여움은 영구히 사라질 길조차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피어오르려던 젊 은 순을 잘라 버린 ○의 아내는,그 잘라 버린 순이 다른 곳으로라도 뻗어 나아갈 길을 만들어 놓을 의무가 있다.그를 그 길을 닦아 놓기 전에 죽여 버리면은 도저히 안 된다……. ‘그럼, A씨를 죽일까?’ 더욱 안 될 일이었었다. 만약 A씨가 불의에 죽어 버리면,그(○의 아내)는 만날 소복하고 A씨의 무덤에 가서 울기라도 할 만치 어리석고도 정직한 계 집이다.그러면 그것은 아직껏 확실히 알지 못하던 ○에게 자기의 아내의 사랑하는 사람이 A씨임을 가르치는 일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사내와 계집을 다 죽이나.’ 그러나 그것은 무엇할까.그것 또한 ○의 머리에 영구히 ‘의심’을 남겨 두는 재미없는 일에 지나지 못한다. ‘그러면 어쩌나?이 일은 내게는 넘치는 일인가?’ 나는 온갖 경우를 생각하여 보았지만, 온갖 경우에 다 해결할 길을 얻지 못하였다.
17
내게 만약 아내라는 것이 있고, 내가 지금 ○의 처지에 이르렀다면 나는 그 일을 처치하여 나아갈 여러 가지의 방책을 쓸 수가 있다.‘암도야지는 숫도야지에게로 가라.’ 이 한마디로, 이혼하여 버리는 것도 한 방책이다.그렇지 않으면 온갖 지 혜와 재간을 다 부려서,아내의 마음을 애부(愛夫)에게서 떼어서 내게로 돌 리게 한 뒤에 아내가 마음껏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에 한 발로 아내를 차 던지는 것도 한 방책이다. 이렇듯 나는 이러한 경우를 당할지라도 결코 걱정이 없으되, ○는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를 위하여 걱정하였다. 언제든 잠들려는 마음으로 드러눕기만 하 면, (그것이 아침이든 낮이든 저녁이든) 마음대로 잘 수가 있던 나도, 지금 은 때때로 밤에도 잠이 못 들 때가 있었다. 모든 몸의 피곤함이 눈에 모여 서 깜빡 잠이 들려다가도, ‘○’ 한마디가 번쩍 생각나면서 그냥 잠이 깨 어서 세 시간 네 시간을 담배를 피우면 눈을 껌벅거리는 일이 간간 생기게 되었다. 음식을 먹다가라도 젓가치를 쥔 대로, 눈이 멀거니 한참씩 앉아 있 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전차를 탈지라도 내릴 정류장을 그저 넘기는 일이 흔히 있게 되었다. 나는 나의 양심이며 ○을 위하여서뿐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하여서도 하 루바삐 ○의 일을 어떻게든 바로 펴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어찌할까. 백 가지고 천 가지로 생각하여 보았지만, 나의 힘뿐으로 써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에게 자네의 아내의 러브가 A씨라고 가르치면 어찌될까. 나는 그 뒷일을 틀리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다. 아직껏 자기의 아내의 품행이 나쁘 다는 온전한 증거를 그가 잡지 못하였기에 여망이 있지, 그것만 그가 알 것 같으면 그는 다시는 여망 없는 바보가 될 것이다. 그를 가장 안전하게 이 무서운 시기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릴 방책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나의 머리는 더욱 어지러워졌다.
18
동래서 서울로 돌아올 때에, 나는 그 B관(館)의 그 중 영리하게 보이는 하 녀를 하나 몰래 찾아서,돈 십 원을 내어 주고 ○부처의 지내는 모양을 간 간이 통기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그 편지가 오늘 이르렀다. 그 통기에 의지하면 그 부처는 그리 이야기도 서로 안하고 뚱뚱 부은 듯이 지낸다 한다.그리고 ‘생소한 사람들끼리와 같이 서로 밥을 권하며,목욕도 각각(가족탕에서 하지 않고) 따로 한다’ 하였다. ‘한동안은 마음을 놓을 수가 있지.’ 나는 그 편지를 봉투에 집어넣으면서 씩 웃었다.
19

